한국은 '커피 공화국'이라는 별칭을 얻었을 정도로 커피를 즐겨 마시는 나라다. 전국 어느 곳을 가든 수많은 커피숍을 볼 수 있다.
해외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는 프로야구 선수들도 다르지 않다. 하루의 시작을 커피로 열고, 점심식사를 마친 뒤에도 커피 한 잔으로 입가심을 한다. 최근 건강을 위해 금연하는 선수들이 많아지면서 더 그렇게 됐다.
그 장면이 SK 새 외국인 투수 닉 킹엄(29)의 눈에 인상적으로 비쳤던 듯하다. KT와 연습 경기를 앞둔 3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키노 스포츠 콤플렉스에 국내에서도 유명한 S 커피 전문 브랜드의 따뜻한 아메리카노 테이크아웃 박스가 도착했다. 킹엄이 직접 인근 매장에서 주문한 '깜짝 선물'이었다.
이유가 있다. 하루 전 선수단을 위해 커피를 준비하던 권재우 SK 구단 매니저에게 킹엄이 다가오더니 "항상 커피를 타고 있는 모습을 보니, 선수들이 다들 커피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을 걸었다. 알고 보니 킹엄은 집에서 직접 여러 종류의 커피를 제조해 마시기도 하는 커피 마니아. 권 매니저가 "한국에는 선수들 외에도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커피가 없으면 선수들이 허전해 한다"고 대답하자 킹엄은 "그럼 권 매니저가 나중에 내 방에 와서 나와 함께 커피를 만들어봐도 좋겠다"며 웃어 보였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킹엄은 "3일 경기 전에는 커피를 따로 준비하지 말아달라. 내가 선수들에게 사고 싶다"고 말했고, 그 말을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번화가에서 멀리 떨어진 야구장 여건상 갓 뽑은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실 수 없는 선수들에게 킹엄이 통 큰 '한 턱'을 낸 것이다.
안그래도 킹엄은 선수단 안팎에서 "성품이 정말 착하고 적극적으로 팀에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춘모 투수코치에게 벌써 '왕엄마'라는 애칭까지 하사(?)받았을 정도로 친화력이 좋다. 지난해 12월 SK와 계약하기 위해 인천을 찾았다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배달 대행 애플리케이션을 찾는 글을 올려 팬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기도 했다. 강력한 외국인 에이스 후보로 꼽힐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새 외인 리카르도 핀토(26)를 다독이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권 매니저는 "킹엄이 '염경엽 감독님은 커피보다 차를 좋아하신다'는 얘기를 듣고 감독님을 위한 차를 따로 주문하는 정성도 보였다"며 "선수들이 앞다퉈 킹엄의 커피를 받아가는 바람에 금방 동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고 귀띔했다. 그 옆에서는 SK 마운드의 핵심 전력인 김태훈이 새 동료가 선물한 커피 맛을 흐뭇한 표정으로 음미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