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즈니人톡] '월드컵 경험 8명' 한국 어깨 으쓱하게 한 '기 주장'의 속 시원한 한 마디
등록2018.06.18 08:00
"월드컵 경험에선 우리가 우위라고 생각한다."
'캡틴' 기성용(스완지 시티)의 '팩트 폭력'은 묵직했다. 모두가 불리하다고 하고, 모두가 패배를 점치는 경기를 앞두고도 한국 축구대표팀의 주장은 담담한 표정으로 '경험의 힘'을 얘기했다. 최약체라는 분석이나 주변의 압박은 더이상 기성용을 흔들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기성용은 18일(한국시간) 오후 9시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1차전 경기를 앞두고 하루 전 같은 장소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 대표 선수로 참석했다. "개인적으로나 팀으로나 준비가 끝났다. 스웨덴전이 많은 축구팬에게 좋은 경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각오를 밝힌 기성용은 기자회견 내내 침착한 표정을 유지했다.
어느새 그에겐 세 번째 월드컵이다. 2010 남아공 월드컵, 2014 브라질 월드컵에 모두 출전한 기성용은 그 사이에 센추리 클럽(A매치 100경기 출전)까지 가입하며 이번 대표팀 내에서 A매치 최다 출전을 자랑하는 '베테랑'이 됐다. 기성용은 "첫 출전했던 2010년과 비교하자면, 그 때에 비해 나이를 먹었다는 것"이라고 얘기를 시작하며 "그 땐 막내로 월드컵을 경험했는데 어느덧 세 번째 월드컵이다. 예전보다 중압감, 압박감은 덜하지만 반대로 주장으로서 느끼는 책임감이 어느 때보다 크다"고 8년 새 훌쩍 달라진 자신의 위치를 되새겼다.
이제 갓 서른인 기성용이 벌써 세 번째 월드컵을 치르는 건 그의 뛰어난 실력 때문이지만, 한국이 월드컵 9회 연속 본선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쓰지 못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기도 하다. 모든 축구 선수들의 꿈인 월드컵에 나서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잘 알고 있는 기성용은 그래서 '경험'에서 오는 자신감을 믿고 있었다. 한 수 위 상대들과 맞붙는 이번 월드컵 조별리그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성용은 "스웨덴에 월드컵에 참가해본 선수가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경험에선 우위라고 생각한다. 경험 부분은 아무 문제 없다"고 확실하게 단언했다. 실제로 스웨덴은 2006 독일 월드컵 이후 두 차례, 그러니까 정확히 기성용이 출전했던 2010년과 2014년 월드컵 때 본선 진출에 실패해 이번이 12년 만의 월드컵 출전이 된다. 그나마 월드컵을 경험해 본 선수였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LA 갤럭시)까지 구설수 속에서 대표팀 복귀가 무산되며 출전 경험이 있는 선수가 단 한 명도 없는 팀이 됐다. 반면 한국은 월드컵 경험이 있는 선수만 8명이다.
객관적 전력에선 한 수 아래, 그러나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배짱있는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경험에선 한국이 한 발 앞서는 셈이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이런 배짱이 있기에 기성용은 스웨덴 관중 2만 명이 몰려온다는 얘기에도 "월드컵이니 당연히 관중이 많이 오는 것이 좋다. 월드컵 같은 분위기 속에서 경기했으면 좋겠다"고 개의치 않는 태도를 보였다.
최약체로 평가받으며 사방에서 안좋은 얘기만 듣던 한국인데, 기성용의 발언은 선수들의 '기'를 살려주고 자부심을 불러일으키는 좋은 보약이 됐다. 기성용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월드컵은 선수 인생에 있어 쉽게 오지 않는 기회다. 선수들이 이런 소중한 기회를 잘 살려 경험으로 삼길 바란다"고 월드컵 3회차다운 든든한 격려도 덧붙였다. 과연, 이래서 '기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