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얘기로만 여겨졌던 FA(프리 에이전트) 권리를 처음으로 행사했다. 신고선수 출신으로 FA 자격을 얻는 데 까지 무려 15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우리나이로 34세 '늦깎이 FA'인데다 사상 첫 '형제 FA'로 관심을 모으는 SK 조동화(33)의 이야기다.
조동화는 사상 최대 규모로 여겨지는 이번 FA 시장에서 대어급 선수는 아니다. 윤성환과 안지만(삼성), 장원준(롯데) 박용택(LG) 등 총 19명이 FA를 신청했다. 특히 SK에는 최정과 김강민의 FA 계약 여부가 큰 관심을 모은다. 조동화는 "나는 야구를 엄청 잘해서 여기저기 오라는 선수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데뷔 첫 FA 신청의 감회는 남다를 수 밖에 없다. 그는 지난 2000년 쌍방울 신고선수로 입단했다. 곧 쌍방울은 SK로 인수됐고, 조동화는 1년 뒤 SK 정식 선수가 됐다. 이후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쳤지만 주전 선수로 자리매김하지는 못했다. 외야수인 그는 수비와 주루에선 합격점을 받았지만 공격력이 부족했다. 그러나 지난해 데뷔 첫 풀 타임을 소화한 뒤, 이번 시즌 총 125경기에서 타율 0.262-52타점-37도루를 기록했다. 30대 중반에 찾아온 야구 인생 최대의 전성기다. 조동화는 "상무 시절을 포함해 프로 무대에서 15년간 야구를 했다"며 "다른 선수들의 이야기, 즉 내 얘기가 될 줄 몰랐던 FA 신청을 처음으로 했다"고 감격스러워했다. 특히 "큰 경기도 경험하고 오랜 2군 생활을 했다. 힘든 기억들이 모두 스쳐 지나간다"면서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 좋은 기회를 얻은 것 같다"고 뿌듯해했다.
조동화는 '희생'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선수이다. 그는 올 시즌 희생번트 총 28개를 기록, 9개 구단 선수 중 가장 많다. 또 팀 분위기에 미치는 영향력도 크다. 구단 관계자는 "조동화는 마당발이다"면서 "전지훈련에서 받은 상금으로는 후배들에게 선물도 챙겨줬다"고 귀띔했다. 조동화는 "돈 많이 받고 야구 잘하는 선수 보다 힘든 시기를 보낸 선수들에게 좀 더 신경을 갖게 된다"면서 "동생도 야구를 하다 보니 많이 챙겨주고 싶다"고 말했다.
FA 제도가 도입된 이래 형제 FA가 탄생한 건 처음이다. 조동화의 동생 삼성 조동찬(31)도 역시 FA를 신청했다. 그는 "동생까지 FA를 신청해서 다른 선수들과는 또 다른 기분이다"며 "동찬이가 좋은 대우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본격적인 FA 협상을 앞둔 그는 SK에 남고 싶은 마음을 전했다. 그는 "상무 시절을 제외하면 프로 무대에서 SK 유니폼만 입었다. 소속팀에 남고 싶은 마음이 크다"면서 "여러 부분에서 SK에 대한 애정이 크다"고 말했다. '가을 동화'는 따뜻한 겨울나기를 희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