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적인 투수의 역할을 넘어 '책임과 역할'을 생각한다. 김사율(34·kt)이 있는 제10구단 투수들은 믿음직한 맏형을 만난 듯싶다.
김사율은 지난달 28일 FA(프리에이전트)로 kt맨이 됐다. 경험과 능력을 갖췄다. 그는 2011~2012시즌 연속 20세이브를 돌파했다. 특히 2012년에는 롯데 사상 팀 최다인 34세이브를 기록하며 마무리로 자리매김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새 감독과 코칭스태프를 맞이한 이듬해부터 보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2013시즌 3승7패 1세이브 3홀드, 올해 2승5패 2홀드에 그쳤다. 묵묵하게 자리를 지켰다. 지난해 74⅓이닝, 이번 해엔 79⅓이닝을 소화하며 자주 마운드에 올랐다.
신생팀에서 쓰임새가 많은 선수이다. 조범현 kt 감독은 김사율의 보직을 두고 고민 중이다. 그는 "아직 보직은 확정하지 않았다.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구상에 나선다"며 "일단 신생팀이라 경험 많은 선수에게 마무리를 맡기거나 선발을 줄 생각이 있다"고 설명했다. 팀이 원하는 건 뭐든 하겠다는 각오다. 김사율은 "고집하는 보직은 없다. 선발이든 마무리 투수이든 필요에 따라 마운드에 오르겠다"고 말했다.
한 발 더 나아갔다. 투수가 팀이 원하는 보직을 맡아 성적을 내는 건 당연하다. 이제 경험과 나이에서 오는 책무를 생각할 시기가 왔다. kt는 투수진 중 상당수가 입단 1~2년차 신예이다. 선수들을 이끌어 줄 고참의 역할이 절실하다. 롯데에서 투수조장은 물론 선수단 주장을 역임한 김사율은 자신이 해야 할 몫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는 "나도 나이가 적지 않다. 투수조에서는 맏형이다. 선수마다 본연의 역할이 있다. 투수조 고참으로서 어린 선수들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방향도 세웠다. 강압적으로 주장을 관철하기보다, 먼저 마음과 귀를 열 계획이다. 김사율은 "후배들이 어려워서 말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먼저 편안하게 생각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귀 기울이는 고참이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