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팀 넥센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리그 전체를 통틀어 외국인 선수를 제외한 전 구단 오른손 국내 선발투수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다.
일단 18경기에서 11승을 올려 전반기 10승 이상을 따낸 투수 4명 안에 포함됐다. 국내 투수 가운데선 최원태가 최다승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10승 투수 대열에 합류했고, 올해는 전반기에 벌써 지난해 승 수를 다 채웠다.
외국인 투수들의 이름으로 가득 찬 평균자책점(3.77) 순위에서도 KIA 왼손 에이스 양현종(3.48) 다음으로 좋은 자리를 차지했다. 전반기에만 100이닝 이상을 던진 선발투수 16명 가운데 홈런(6개)을 가장 적게 내줬다.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시름이 가득했던 넥센에서 최원태의 성장은 가장 든든한 밑거름이 됐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태극마크를 달지 못한 것뿐이다. 최원태는 하필이면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최종엔트리가 확정된 이후 더 좋은 피칭을 했다. 지난 6월 6일 두산전에서 패전투수가 된 뒤 6경기에서 더 이상 지지 않았다. 6월 17일 삼성전을 시작으로 5경기에서 모두 승리투수가 되는 기염도 토했다. 외국인 선발 에스밀 로저스가 부상으로 빠지고 대체 외국인 선수 에릭 해커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선발진에 큰 틈이 생겼지만, 최원태가 에이스 역할을 해 주면서 공백을 최소화했다. 넥센과 최원태로서는 생각보다 빨랐던 대표팀 최종엔트리 발표가 야속했을 법하다.
최원태는 "이전부터 계속 시즌 초반에 고전하다가 등판을 거듭하면서 조금씩 나아지는 스타일이었다. 올 시즌에도 빨리 준비했어야 하는데 초반에 안 좋았던 것이 아쉽다"면서도 "어차피 내가 처음부터 잘했어도 대표팀에 뽑힐 수 있었을 지 모르는 일이다. 아쉽더라도 어차피 내 것이 아니었으니 팀에서 내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국가대표 합류라는 하나의 목표는 놓쳤지만, 아직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앞으로 4승 남은 15승 고지가 1차 목표다. 입단 5년 차 이내에 15승 고지를 밟은 투수는 빙그레 한용덕(1991년 17승) 해태 이대진(1996년 16승) 롯데 주형광(1996년 18승) 삼성 배영수(2004년 17승) 현대 김수경(2000년 18승) SK 이승호(2004년 15승) 한화 류현진(2006년 18승) SK 김광현(2008년 16승) KIA 양현종(2010년 16승)만 해냈던 진기록이다.
최원태는 오는 19일 고척 LG전에서 후반기 첫 등판을 앞두고 있다. 그는 "전반기에는 승운이 많이 따랐던 것 같다. 아무래도 투수진과 야수진을 비롯한 동료들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후반기에는 더 잘해야 한다. 한현희 형처럼 7이닝을 던질 수 있도록 매 경기에서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개인적인 목표는 큰 무게를 두지 않고 있다"며 "팀이 지금(5위)보다 높은 순위에 오르는 게 목표일 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