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종(50) 감독이 사우디아라비아 전에서 변화를 예고했다. 한국은 17일 안산와스타디움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2014 인천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2차전을 갖는다. 이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지난 14일 말레이시아와 1차전에서 3-0으로 승리했다. 그러나 이 감독은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첫 경기에서는 수비가 중요했다. 안전하게 경기한 것이다"며 사우디 전에서는 더욱 과감한 공격축구를 예고했다. 16일 파주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가진 훈련에서는 박주호(27·마인츠) 홀로 수비형 미드필더(원 볼란치)를 맡는 전형을 시험했다.
16일 훈련을 통해 본 사우디 전 전술 포인트를 짚어봤다.
◇박주호 원 보란치
박주호의 원래 포지션은 측면이다. 청소년 대표시절에는 공격적인 윙백 역할을 소화하며 '한국의 아르연 로번(30·네덜란드)'이란 별명도 얻었다. 그러나 유럽에 진출한 이후에는 풀백, 포백의 측면 수비수로 뛴 경우가 많다. 축구 지능이 좋아 공수 균형을 잡는데 탁월한 모습을 보였다. 때문에 지난 시즌 마인츠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뛰며 좋은 모습을 보였다.
이광종 감독도 다재다능한 박주호에 기대를 거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도박이 될 수 있다. 원 볼란치는 많이 뛰며 포백을 보호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말레이시아 전에서 박주호의 활동량은 아쉬웠다. 공수 연결고리 역할(앵커)은 뛰어났지만, 상대 예봉을 꺾는 역할(홀딩)은 부족했다. 부상으로 1주일 정도를 쉰 박주호가 어느 정도 컨디션을 끌어올렸는지가 관전포인트다.
◇김신욱과 이재성 전진배치
말레이시아 전에서 김신욱은 압도했지만, 위협적이진 못했다. 제공권 싸움에서 모두 이겼지만 그의 머리에서 기회를 많이 만들어내지 못했다. 오히려 발이 더 뛰어났다. 이에 이광종 감독은 "김신욱에게 측면으로 빠지는 플레이를 주문했다. 활동폭을 넓혀 사이드로 빠져나가라고 했다"며 "(신욱이가) 빠진 자리에는 김승대(23·포항)와 윤일록(22·서울), 이재성(22·전북)이 침투할 것이다"고 했다.
이재성은 지난 경기에서 박주호와 나란히 더블 볼란치 역할을 했다. 박주호보다 공격적으로 나와 박스 투 박스(양쪽 페널티 박스를 오가며 넓게 활동하는 유형) 미드필더 역할을 했다. 사우디 전에서는 수비 부담을 덜 것으로 보인다. 이재성은 전북에서도 공격적인 역할을 제법 잘 소화했다.
◇김영욱 시프트
16일 훈련에서 김영욱(23)은 안용우(23·이상 전남)를 대신해 오른쪽 날개로 나왔다. 김영욱은 의문의 발탁이었다. 이광종 감독은 아시안게임 대표 발탁을 앞두고 "경기에 뛰는 선수를 중심으로 선발하겠다"고 밝혀왔다. 김영욱은 소속팀 전남에서 주전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광종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이광종 감독이 보여준 활용법은 측면 날개였다.
김영욱은 청소년 대표시절 오른쪽 날개로도 제법 좋은 활약을 했다. 어린 시절부터 이광종 감독이 지켜봤기 때문에 가능한 승부수다. 오른쪽 측면 수비수 임창우(23·대전)는 수비력은 좋다. 세트피스에서 득점하는 능력도 갖췄다. 그러나 공격 가담이 아쉽다. 말레이시아 전에서도 오른쪽에서 크로스가 부족해 좌·우 균형이 깨졌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오른발 크로스가 좋은 김영욱을 측면에 배치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