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은 너무 짧았고 간결했다. 이 한마디만으로도 속마음을 모두 읽을 수 있었다. 날지 못할 것만 같았던 부산 KT의 2년 차 가드 이재도(23)가 드디어 날개짓을 시작했다. 그가 19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상승세의 비결을 공개했다.
이재도는 지난 2013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5순위로 KT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당시 '경희대 출신 빅3' 김종규(LG)·김민구(KCC)·두경민(동부)과 같은 쟁쟁한 프로입단 동기들에게 밀리며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빅3' 동기들은 입단과 동시에 맹활약하며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동기들에게 밀리고 싶지 않았던 이재도의 마음은 항상 다급했다. 어깨에 잔뜩 힘만 들어갔다. 그러니 제 기량이 나올리 없었다. 그는 데뷔 첫 시즌인 2013-2014시즌 31게임에 출전해 경기당 평균 2.1점에 그쳤다.
"시즌 개막 전까지 자신 있었다. 신인 때 보여준 게 없어서 혼도 많이 났다. 때문에 겨울 훈련을 누구보다 충실하게 했다."
착실히 준비한 만큼 이재도는 올 시즌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하지만 막상 시즌이 시작되니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지난 12일 서울 삼성전 이전까지는 달라진 것이 없었다. 12경기에 나서서 평균 2.08점·1.3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삼성전 직전의 4경기에서 겨우 8분 여를 뛰며 무득점에 머물렀다. 이재도는 "혹독한 비시즌을 보낸 만큼 (경기력으로) 보상 받고 싶었던 것 같다. 오히려 더 욕심을 부렸다"며 부진의 원인을 밝혔다.
그러나 삼성전은 이재도 농구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절실함' 때문이다. 그는 "삼성과의 경기를 앞두고 전창진 감독님이 선발 라인업에 내 이름을 넣었다. 그 순간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에서 3점슛 4개를 포함해 28점을 쓸어 담으며 프로 데뷔 후 한 경기 최다득점을 기록했다. 이날 KT는 84-60으로 이기며 8연패에서 탈출했다.
삼성전 이후의 이재도는 거침없다. 그는 3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14일 전자랜드전 10점·16일 KGC전 12점)을 터뜨렸고 지난 18일 고양 오리온스전(92-66승)에선 24득점 꽂았다. 이재도가 날자 KT도 4경기 3승(1패)의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 때 최하위까지 추락했던 KT도 어느덧 6위(6승10패)까지 뛰어오르며 상위권 도약을 준비하게 됐다. 이재도는 "감을 조금은 잡았지만 아직 멀었다. 속공 상황에서 득점 기회를 내주는 데 자신 있고, 1대1 상황에선 왠만해선 다 막을 수 있다. 주어진 임무에 충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