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관은 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SSG와의 홈 경기에 선발 등판, 5이닝 동안 10피안타·1볼넷·1탈삼진·4실점(2자책)을 기록했다. 두산 타선은 홈런 3개를 때려내며 8점을 지원했고, 불펜진은 리드를 지켜냈다. 두산이 8-5로 이겨 유희관은 올 시즌 5번째 등판 만에 첫 승을 거뒀다. 개인 통산 98승(64패)째 승리. 유희관은 두산 소속 좌투수 최초로 100승을 노리고 있다.
유희관은 4월 등판한 4경기에서 2패·평균자책점 9.60으로 부진했다. 5이닝 이상 버틴 적도 없었다. 피안타율(0.426)과 이닝당 출루 허용(2.33)도 형편없었다.
5번째 등판도 쉽지 않았다. 0-0으로 맞선 2회 초 선두 타자 정의윤에게 내야 안타, 이흥련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다. 1사 2·3루에서 김성현에게 1타점 좌전 적시타, 추신수에게 희생플라이를 허용했다.
두산 타선은 3회 말 1사 1루에서 9번 타자 박계범이 SSG 선발 투수 김정빈으로부터 좌월 투런 홈런을 치며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나 유희관은 4회 초 다시 2점을 내줬다. 운이 따르지 않았다. 1사 1루에서 김성현 타석 때 볼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에서 가운데 낮은 코스의 포심 패스트볼을 뿌렸다.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간 것으로 보였지만, 원현식 구심의 삼진 콜은 나오지 않았다. 유희관은 마운드에 한동안 쪼그려 앉은 채 아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어진 김성현과의 풀카운트 승부에서는 우전 안타를 맞았다.
1·3루 위기에서 추신수를 1루 땅볼로 유도했다. 이 공을 두산 1루수 양석환이 잡아 정확하게 홈으로 던졌다. 그러나 수비 실책이 나왔다. 포수 최용제가 런다운에 걸린 SSG 3루 주자 박성한을 잡기 위해 던진 공을 3루수 박계범이 포구하지 못했다. 박성한과 김성현이 모두 홈을 밟았다.
두산 타선이 유희관을 다시 지원했다. 2-4이던 4회 말 1사 1·2루에서 김인태가 김정빈의 시속 142㎞ 바깥쪽(좌타자 기준) 직구를 공략해 역전 스리런 홈런을 쳤다. 유희관이 실점 없이 5회 수비를 막아내며 리드를 지켜내자, 5회 말 2사 1·2루에서 양석환이 SSG 구원 투수 서진용을 상대로 좌월 스리런 홈런을 터뜨렸다. 6회 말부터 가동된 불펜진은 SSG 타선의 추격을 1점으로 막아냈다.
경기 전 김태형 두산 감독은 "유희관은 계속 선발로 나가야 한다. 유희관이 던질 수 있을 때까지는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사령탑의 신뢰에 유희관도 부응했다. 낮은 코스의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지 못해 고전했지만, 체인지업과 슬라이더의 제구력은 이전보다 나아졌다. 야수 실책이 없었다면 실점도 줄일 수 있었다.
지난 시즌 뒤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유희관은 두산과 1년 계약했다. 연봉은 2020년보다 1억 7000만원 삭감된 3억원이었다. 인센티브 7억원이 포함됐다. 통산 97승을 거둔 유희관의 이력을 고려하면 초라한 계약이었다.
경기 후 유희관은 "최근 내가 등판하는 경기마다 패하며(4전 전패) 팀의 상승세가 끊겼다. 도움이 되고 싶었고, 5이닝 이상 던지고 싶었다. 팀이 이겨서 다행이다. 통산 100승은 자신하지 않겠다. 그저 다음 등판에서 잘 던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
그의 2021시즌 첫 승은 매우 늦었다. 그러나 시즌은 아직 많이 남았다. 이날 모호한 볼 판정과 야수 실책의 어려움 속에서도 잘 버텨냈다. 전환점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