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치명적인 오심 논란이 또 발생할 뻔했다. 4일 수원에서 열린 LG와 KT의 경기는 많은 교훈을 남겼다.
이날 LG가 6-7로 뒤진 8회 초 1사 1·2루. 대타 정근우가 KT 하준호의 공을 받아쳐 3루수 옆을 빠져나가는 2루타성 타구를 날렸다. 하지만 3루심은 '파울'을 선언했다. 먼 거리에서 봐도 페어임을 알 수 있는 타구. LG는 앞서 두 차례의 비디오 판독 신청 기회를 모두 사용한 터였다.
류중일 LG 감독이 그라운드로 걸어 나오자 심판진이 모였다. 심판들은 의견을 나눈 끝에 '페어'로 판정을 번복했다. 2루 주자의 득점이 인정돼 7-7 동점. 1사 2·3루 공격을 이어간 LG는 8회에만 4점을 뽑는 등 13-8로 이겼다.
심판의 최초 판정에 아쉬움이 남는다. 3루심과 타구의 거리는 3~4m에 불과했다. 심판진은 "타구가 빨라서 정확한 판단이 안 됐다"고 말했다. KT가 요청한 비디오 판독으로 판정 번복이 이뤄지기까지 소요된 시간은 약 20초였다. '페어'가 명백한 타구를 눈앞에서 놓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4심 합의'로 판정이 재빨리 번복된 건 그나마 다행이다. 8월 22일 고척 KIA-키움전, KIA가 3-0으로 앞선 8회 말 1사 후 수비 때 키움 이정후가 친 공을 중견수 김호령 점핑 캐치했지만, 2루심이 2루타를 선언했다. KIA는 비디오 판독 기회를 모두 소진했고, 오심은 바로잡지 못했다. KIA는 3-4로 져 5연패에 빠졌다.
염경엽 SK 감독이 현장에 복귀한 9월 1일 인천 SK-LG전에선, SK가 5-8로 뒤진 7회 말 2사 만루 공격에서 김성현이 3루수 땅볼로 아웃됐다. 김성현은 파울이라고 여겨 1루로 뛰지조차 않았다. SK 역시 앞서 비디오 판독을 모두 사용했다. 당시 파울·페어 여부는 명확하지 않았지만, 염경엽 감독은 물론 상대 팀의 류중일 감독도 "타자(김성현)는 타구가 몸에 맞는 순간 본능적으로 뛰지 않게 된다"며 간접적으로 '파울'이라는 의견을 드러냈다.
야구 규칙 8.02(C)와 8.03(C)을 종합하면 심판원이 앞서 재정(판정)을 변경할 수 있고, 이에 선수·감독·코치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규정상 전혀 문제없다. 앞서 두 경기는 4심 합의 과정이 없었고, 이번에는 이를 통해 최초 판정이 바뀌었다.
감독은 이런 상황에서 대기심이 중계 화면을 보고 그라운드에 있는 심판들에게 '사인'을 보낼 것으로 내다본다. LG-KT전 4심 합의에는 4분이 소요된 것으로 보아, 이런 과정을 거쳤을 것으로 짐작된다.
LG도 이번 일을 큰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경기 초반 경기당 2회(9이닝 기준)로 제한된 비디오 판독을 모두 소진했기 때문이다. 오심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면 경기 초반에 사용해도 문제없다. 4일 경기는 그럴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1회 공격, 4회 수비 때 비디오 판독 기회를 아깝게 날렸다.
만일 4일 경기에서 4심 합의로 판정이 번복되지 않았다면, LG로선 역전승을 장담할 수 없었다. 5위로 떨어져 순위 싸움의 동력을 잃을 수도 있었다. LG로선 찜찜함이 남는 승리였다.
김인식 전 국가대표 감독은 "비디오 판독 신청 횟수가 2회로 제한되어 있다는 점을 감독들이 간과해선 안 된다. 섣불리 비디오 판독을 신청하느라 정작 중요한 경기 후반부에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심판도 사람이기에 오심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 만약 가을 야구에서 양 팀 모두 비디오 판독을 사용한 가운데 오심이 나온다면? 4심 합의를 통해 최초 판정이 번복된다면?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오심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되, 논란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심판 재량으로 비디오 판독을 재도입할 필요성이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해까지 존재했지만, 올해 폐지한 이 제도가 다시 필요하다. 판정 논란을 줄일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모른 척 해선 안 된다. 한 관계자는 "구단 간 합의가 이뤄지면 (포스트시즌부터 심판 재량 비디오 판독 도입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