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웠던 차우찬(27·삼성)의 표정이 이제야 조금 밝아졌다. 지난달 30일 대구 LG전에서 3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전반기 막판 시작된 갑작스러운 부진에서 벗어날 계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체력 저하에 심리적 압박까지 더해지며 잠시 흔들렸던 차우찬은 원래 자신의 모습을 회복해 팀 상승세에 기여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차우찬은 전반기 막판 등판한 3경기에서 모두 실점을 내주며 난조를 보이더니, 올스타브레이크 이후 후반기에 들어와서도 불안감을 줬다. 특히 지난달 16일 LG전에선 2⅓이닝 동안 4실점으로 올 시즌 한 경기 최다 실점을 했고, 후반기 두 번째 등판이었던 사직 롯데전과 다음 경기인 포항 NC전에서도 연속 실점을 했다. 매 등판마다 좋은 투구를 할 수는 없다. 특히 체력 부담이 커지는 전반기 막판은 힘든 시기다. 그러나 올스타브레이크 이후에도 난조를 보이자 불안감이 생긴 것이다.
차우찬은 후반기에도 이어진 부진에 대해 체력적인 부분뿐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불안했다고 전한다. 차우찬은 올스타브레이크 직전 등판했던 경기에서 52개의 공을 던졌다. 많은 공을 던진 직후 바로 광주로 이동해 올스타전에 참가하면서 휴식를 제대로 취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그 여파가 있었다. 후반기 첫 등판이던 사직 롯데전에서 1⅓이닝 무실점으로 감을 찾는가 했더니 이후 2경기 연속 부진했다. 무엇보다 계속된 부진에 심리적으로도 흔들렸다 차우찬은 "중요한 상황에서 등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책임감을 갖고 막아내야 한다는 생각이 오히려 부담감을 가져온 것 같다. 최근 들어 가장 안 좋았었다"고 돌아봤다. 후반기 들어와서도 '다시 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타자와의 승부를 어렵게 가져갔던 것이다.
지난달 30일 대구 LG전은 그런 차우찬이 반등을 꾀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는 "마음을 비우고 던졌더니 좀 나아지더라"고 웃었다. 당시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에 뒷문을 책임져야할 양 팀 마무리 투수 임창용(38·삼성)과 봉중근(34·LG)이 모두 무너진 상황에서 류중일(51) 삼성 감독은 차우찬의 호투에 위안을 갖기도 했다. 차우찬은 "이제는 조금 나아진 것 같다"며 "편한 마음으로 던지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그것이 잘하는 선수와 그렇지 못한 선수를 나눈다는 생각으로 앞으로 더욱 나아져 순위 싸움에 중요한 시기인 지금 더욱 분발하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각오를 다진 차우찬은 1일 광주 KIA전에서 앞서던 팀이 4-4로 동점을 내준 7회 2사 2·3루 위기 상황에서 마운드에 추가 실점을 막아냈다. 이후 타선이 2점을 뽑아내며 승리투수가 되기도 했다. 삼성은 최근 8·9회를 책임졌던 안지만(31)과 임창용이 모두 한 번씩 부진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런 상황에서 차우찬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그가 위기를 털어내고 상승세를 이어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