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영은 19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로프터스 로드 경기장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지난해 1월 전남 드래곤즈를 떠나 퀸즈파크레인저스(QPR)로 이적한 뒤 꼭 1년 8개월 26일(633일) 만이다. 소속팀 QPR은 EPL 8라운드에서 리버풀에 2-3으로 패했다. 중앙 수비수 리차드 던(35)과 스티븐 콜커(23)가 자책골을 넣으며 무너졌다. QPR은 1승 1무 6패로 리그 최하위(20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반면 이날 데뷔한 윤석영에 대해서는 호평이 이어졌다. 영국의 데일리 메일은 "한국의 수비수 윤석영이 라힘 스털링(20)을 묶었다. 스털링이 공격을 시도할 때마다 끝냈다"고 평가했다. 스털링은 잉글랜드 국가대표로 뽑히는 특급 유망주다. 스카이스포츠도 "태클이 좋았다"며 평점 7을 부여했다. 토니 페르난데스(50) 구단주도 윤석영에 대해 "오늘 경기의 MOM(맨 오브더 매치)은 윤이다. 정말 열심히 뛰었다. 앞으로도 오늘처럼 팀을 위해 멋진 플레이를 해주길 기대한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경기를 마친 뒤 런던 모처에서 윤석영을 만났다. 그는 팀의 패배 때문인지 계속 아쉬움을 삼켰다.
- 데뷔전은 어땠나.
"만족하지 않는다. 패해서 기분이 좋지 않다. 이겨야 하는데…. 져서 아쉽다."
- 약 21개월 만에 데뷔였다. 소감은.
"오랜 기간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첫 EPL 경기였다. 완벽한 몸상태도 아니었다. 경기 감각이 떨어져 있었다. 약간 긴장도 했다. 그런데 시작하며 긴장이 풀렸다. 반드시 이기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
개막전을 앞두고 윤석영은 발목 부상을 당했다. 당시에도 해리 래드냅(57) 감독의 구상에는 윤석영이 들어있었다. 최근 부상에서 회복한 윤석영은 허리 통증이 있지만 참고 경기에 나섰다.
- 현재 몸 상태는.
"다시 뛸 수 있는 몸을 만들어야 한다. 회복훈련을 통해서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한다. 부상 부위 치료를 신경 쓸 것이다."
- 공백기가 길었다. 팀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었는지.
"지난 프리 시즌에 부상을 당했다. 몸을 만들고 있었다. 래드냅 감독은 몸 준비를 잘 하라고 말했다. 사실 대리인을 통해 '날 출전시키지 않을 것이라면 다른 팀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감독님은 남으라고 했다."
- 생각보다 슬럼프가 길었다.
"슬럼프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부상까지 당하며 어려운 상황이 반복됐다. 이를 거치며 조금 더 그라운드 안에 있는 것이 소중하다고 느꼈다."
- 자신에게 기회가 올 줄 알았나.
"선생님들(QPR의 코칭스태프)이 준비를 잘하고 있으라고 했다. 내가 준비돼 있으면 언젠가 기회는 올 줄 알았다."
- 한국 대표팀엔 많은 변화가 있었다. 홍명보 감독이 사퇴하고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부임했는데.
"두 경기를 모두 봤다. 너무 잘하더라. 지금 대표팀을 생각하면 내 욕심이다. 대표팀에 가는 것은 영광이라 생각한다. 모두 똑같은 생각일 것이다. 나라를 대표해서 투혼을 발휘해야 하는 자리다. 지금은 내가 있는 자리에서 본분을 다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 어려운 시기라고 했는데 도움이 되는 사람이 었는지.
"교회 목사님이 잘 챙겨주신다. 부상을 당했을 때도 런던에서 유명한 의사를 소개해줬다. 정신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 누나의 영양식단도 큰 도움이 됐다. 항상 맛있는 것을 잘 챙겨줬다."
- 가족이 함께 사는가.
"누나만 함께 살고 있다. 부모님은 가끔 건너오신다."
- 런던 생활도 적응이 됐을 것 같다. 올 시즌 QPR에서 목표가 있다면.
"현재 QPR의 성적이 좋지 않다. 성적을 올리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경기에 더 많이 나서는 것이 목표다."
런던=김상열 통신원, 정리=김민규 기자 gangaeto@joongang.co.kr 사진=김상열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