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정대현이 팀 마운드의 숨통을 트게 했다. 그가 보여준 가능만으로도 두산이 가을 야구 진출의 확률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정대현이 20일 문학 SK전에 선발 등판해 5⅓이닝 동안 3피안타 5탈삼진 3실점으로 호투했다. 총 투구수는 81개. 5회까지 SK 타선을 단 1실점으로 틀어막은 정대현은 3-1로 앞선 6회 1사 이후 이명기에게 볼넷, 김성현에게 우익선상을 타고 흐르는 2루타를 허용하며 오현택과 교체됐다. 아쉽게도 오현택이 최정과 김강민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정대현의 실점은 3점으로 늘어났고, 그의 승리는 날아갔다.
그렇지만 두산 벤치의 눈도장을 확실히 찍기에 충분한 투구였다. 송일수 두산 감독은 경기 후 "정대현이 좋은 투구를 보여줬다"면 흡족해했다. 차명석 MBC SPORTS+ 해설위원은 "이번 호투를 계기로 정대현이 선발로서 더 많은 기회를 얻지 않겠냐"면서 "변화구의 제구가 SK전 만큼만 꾸준히 가져갈 수 있다면, 팀 5선발의 역할을 충분히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정대현은 팀 내에서 '미미'로 불린다. 이는 '미스터 미야자키'의 줄임말로 그는 지난 스프링캠프에서 열린 연습경기에서 압도적인 구위와 눈에 띄는 상승세로 투수 부문 MVP를 차지한 바 있다. 당시 권명철 두산 투수코치(현 퓨처스 리그 투수코치)는 "대현이가 캠프 때 만큼만 해주면 걱정이 없다"고 할 정도로 정대현은 일본 프로팀을 맞아 상당히 인상적인 피칭을 선보였다.
하지만, 그때뿐 이었다. 시즌이 시작되고 그는 또 다시 불안한 정대현이 됐고, 1·2군을 오갔다. 정대현은 "시즌에 들어서 욕심이 생겼던 것 같다. 처음부터 잘해서 뭔가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다보니 몸에 힘이 들어가고, 스스로 무너졌던 것 같다"고 반성했다. 그러면서도 늘 그의 머릿속엔 '왜, 캠프 때와 같은 힘이 나오지 않을까'라는 의구심도 있었다. 정대현은 "이제까지 프로에 들어와서 너무 보여 드린 것이 없었기 때문에 페이스를 천천히 끌어올릴 여유가 없다. 여름에 지치더라도, 캠프에서 일단은 내 공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러다보니 시즌에 들어와 확실히 지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타깝게도 그는 '기회'를 위해 '오버페이스'라는 덫에 걸린 것이었다.
아쉬운 순간도 있었다. 정대현은 지난 5월 14일 프로데뷔 첫 선발등판이었던 문학 SK전에서 기분 좋은 승리 거둔 후 상승세를 탈까 했지만, 그마저도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이후 부진을 반복하던 그는 5월31일 롯데전을 마지막으로 1군을 떠나 있었다.
2군에서 선발 수업에 매진한 정대현은 마음을 다잡았다. 지난 5일 KT전에서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한데 이어 10일 화성전에서는 6이닝 무실점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이 2경기에서 솎아낸 삼진은 15개로 뛰어난 탈삼진 능력도 자랑했다. 1군으로 올라오는 2군 보고서에 연일 정대현의 칭찬이 기록돼 있었다. 송일수 감독은 "2군에서 가장 컨디션이 좋은 투수라고 추천을 하더라"고 말했다.
결국 5선발의 부재로 시름하고 있던 두산은 정대현 카드를 꺼내들었다. 상대는 지난번 프로 데뷔 첫 승을 거둔 좋은 기억이 있는 SK였다. 그리고 정대현은 그 경기에서 자신이 왜 '미미'였는지를 확인시키는 호투를 선보였다.
입추를 지나면서 찬바람이 부는 요즘, 정대현의 어깨는 다시 달궈질 준비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의 어깨가 팀 4강행 진출 확률을 높이는데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