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는 외국인 투수에게 기회의 땅이다. 2018년 메릴 켈리가, 지난해 조쉬 린드블럼이 한국에서 성공한 뒤, 이를 바탕으로 메이저리그(MLB) 무대에 복귀했다.
올시즌 새롭게 한국 땅을 밟는 외국인 투수는 11명. ‘제2의 켈리’, ‘제2의 린드블럼’이 탄생할까.
10개 구단은 시범경기 대신 자체 청백전을 하고 있다. 주전 경쟁이 치열한 두산은 청백전도 실전 못지 않다. 그런 두산에서 크리스 플렉센(26·미국)가 호투하고 있다.
린드블럼 등 번호 34번을 물려받은 플렉센은 청백전에서 3경기 연속 무실점이다. 뉴욕 메츠의 기대주였던 플렉센은 데뷔 이래 선발로 활약했다. 키 1m90㎝, 체중 115㎏의 건장한 체격으로 빠른 공을 던진다. 포심패스트볼은 시속 157㎞까지, 싱킹패스트볼(싱커)은 시속 154㎞까지 던진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예상보다 경기 운영 능력이 좋다”고 평했다. 벌써 다른 팀의 경계 대상으로 떠올랐다.
이름 값이라면 KIA 애런 브룩스(30·미국)도 뒤지지 않는다. 브룩스는 지난해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선발로 활약했다. 29경기(18선발)에서 110이닝을 던져 6승8패, 평균자책점 5.65를 기록했다. KIA는 40인 로스터에 이름을 올린 브룩스을 영입하려고 이적료도 지불했다.
브룩스의 한국행 배경엔 맷 윌리엄스 감독이 있었다. 윌리엄스 감독은 2018, 19시즌 오클랜드 주루코치였고, 브룩스도 당시 오클랜드에서 뛰었다. 브룩스는 슬라이더, 싱커, 체인지업, 투심 등 다양한 구종을 던진다. 직구는 평균 시속 140㎞대 후반으로 아주 빠른 편이 아니다. KIA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제구가 되는 투수다. KBO리그에서 충분히 통할 만한 빠르기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SK는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과 앙헬 산체스(일본 요미우리)를 대신할 선발요원으로 닉 킹엄(29·미국)을 영입했다. 킹엄은 2018년 피츠버그에서 선발로 뛰어 KBO리그 구단들 레이더망에 올랐다. ‘아직 한국에 올 것 같지 않다’는 이야기가 돌았는데, SK가 계약했다.
킹엄은 최근 네 차례 등판해 평균자책점 2.12(17이닝 4실점)를 기록했다.
적응도 잘한다. 전지훈련 후 곧바로 입국한 킹엄은 한국 음식과 문화를 체험하는 등 한국 생활을 즐긴다. 킹엄의 별명은 ‘왕엄마(킹+엄마)’다. 국내 선수들과 스스럼 없이 어울린다.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단에 커피를 돌려 화제가 됐다. 피츠버그 시절 동료였던 린드블럼이 많이 조언해줬다는 후문이다.
롯데와 NC도 ‘새 에이스’를 기대하고 있다. 롯데는 댄 스트레일리(32·미국), NC는 마이크 라이트(30·미국)다. 스트레일리는 빅리그에서 두 차례 두 자릿수 승리(2013년 10승, 2016년 14승)를 따냈다. 호주와 국내에서 치른 평가전에서 10이닝 2실점했다. 라이트는 1m98㎝ 장신이다. 볼넷 대비 탈삼진이 많고, 부상 경력이 없는 게 매력이다. 빠른 공 위력이 빼어나, 제2 구종인 슬라이더가 효과를 거두면 15승 이상 거둘 수 있다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