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한동민(29)의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의 무게감과 책임감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한동민은 올해 2012년 프로 데뷔 이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개인 최다인 136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4 홈런 41개 115타점 97득점을 기록했다. 타율을 제외한 모든 성적이 커리어 하이. SK 소속 왼손 타자로는 최초로 40홈런 고지를 밟았고, SK 타자 한 시즌 최다 타점 기록을 다시 썼다.
하이라이트는 포스트시즌이었다.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연장 승부에 마침표를 찍는 결승 끝내기홈런을 작렬한 데 이어, 한국시리즈에서도 마지막 경기였던 6차전에서 우승을 확정하는 연장 결승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한국시리즈 MVP 역시 한동민이다.
동시에 '역대급'으로 바쁜 한동민의 겨울도 시작됐다. 매년 한국시리즈 MVP에게는 중요한 임무 하나가 있다. 구단 단장·감독과 함께 주요 언론사를 비롯한 이곳저곳을 다니며 우승 인사를 하고 우승 기념품을 전달하는 일이다. 한동민 역시 손차훈 단장, 염경엽 감독과 함께 슈트를 입고 매일같이 우승 인사를 다니느라 정신없다. 우승 모자에 사인하고 기념사진을 찍는 것도 최근의 주요 일상 가운데 하나다.
심지어 12월에는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과 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 시상식을 비롯한 여러 행사까지 이어진 터라 일정표는 더욱 빡빡하다.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는 포스트시즌 홈런 세리머니 사진으로 골든포토상을 받아 자리를 빛냈고, 조아제약 시상식에서는 팀에 활기를 불어넣은 선수에게 주는 헤포스상을 수상했다. 여기에 한국시리즈 MVP를 향한 인터뷰 요청까지 쏟아진다. 한동민이 "12월 들어 딱 하루밖에 못 쉬었다"고 푸념할 만하다.
그래도 기분 좋은 피로다. 팀이 극적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환희를 맛봤고, 그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우뚝 서는 감격도 누렸다. 아무것도 손에 쥐지 못한 채 TV로 다른 팀과 다른 선수의 활약상을 지켜보기만 하는 것보다 훨씬 보람찬 결과다. 한동민 스스로 "내년에도 좋은 성적을 내고 바쁜 겨울을 보내는 게 훨씬 좋다"고 말하는 이유다.
올겨울 스스로 실감한 과제도 하나 더 생겼다. 한동민은 "유니폼이 아닌 정장을 입고 우승 인사를 다니다 보니 예상보다 많은 분이 나를 알아보지 못하더라. 아직 내 인지도가 얼마나 부족한지 느끼게 됐다"고 농담하면서 "아직 갈 길이 멀다. 야구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됐다"며 웃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