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는 올 시즌을 1승3패로 시작했다. 짧은 연승과 연패가 이어지며 15일까지 5할 승률에 미달했다. 하지만 다음 날부터 연승 가도를 달리며 단독 2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초반 허술해 보이던 투타 전력이 안정을 되찾으면서 경쟁력이 생겼다.
경쟁력의 핵심은 올해 새로 영입한 투수 제프 맨쉽(32)과 타자 재비어 스크럭스(30)다. 맨쉽은 25일 마산 kt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6피안타 1실점(비자책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개막전부터 5경기 연속 승리. 등판한 경기에서 모두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했고, 평균자책점은 1.72다. '전승에 100% 승률, 1점대 평균자책점'이라는 만화 같은 성적이다.
흔들림도 없다. 25일 경기에선 야수들이 실책 3개를 범하는 최악의 상황에 놓였지만 묵묵하게 이닝을 채워 나갔다. 경기 후 김경문 NC 감독은 "수비에서 맨쉽에게 도움을 주지 못했지만 제 역할을 잘해줬다"고 말했다. 직구 최고 구속이 140km대 후반인 맨쉽은 예리한 슬라이더로 타격 타이밍을 뺏는다. 간간히 던지는 커브와 체인지업은 투구 레퍼토리를 복잡하게 만드는 무기다. 9이닝당 볼넷 허용이 2.87개로 제구까지 되는 투수. 피안타율은 고작 0.188에 불과하다. 좀처럼 위기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 NC는 기존 에이스 에릭 해커(2승 평균자책점 2.31)를 맨쉽이 보좌하면서 선발진의 무게감이 달라졌다.
스크럭스도 점차 위력을 더해 가고 있다. 3년 동안 맹활약했던 에릭 테임즈(현 밀워키)를 대신해 NC에 입단한 선수다. 그런 만큼 스크럭스는 부담이 컸다. 시범 경기에서 12타석 만에 첫 안타를 신고할 정도였다. 하지만 막상 시즌이 시작되자 기복 없는 플레이로 4번 타자 역할을 잘 소화하고 있다.
시즌 초반 타율은 그렇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26일 마산 kt전 전까지 타율 0.292로 전체 31위였다. 하지만 공을 고르는 능력은 발군이다. 출루율(0.446)은 전체 5위에 올라 있다. 10개 구단 타자들 중 가장 많은 볼넷 17개를 골랐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볼을 골라내는 능력은 우리 팀 타자들 중 가장 좋다. 스프링캠프 경기에서 스윙이 많지 않았다. 처음엔 공을 파악하려는 줄 알았다. 알고 보니 선구안이 좋은 것이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 스크럭스의 성공에 믿음을 갖는 이유다. 그는 "변화구에 대처하지 못해 실패하는 외인 타자가 많지만 스크럭스는 다르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파워도 준수하다. 시즌 개막전인 3월 31일 롯데전에서 첫 홈런을 신고했고, 지난 22~23일 대구 삼성전에선 이틀 연속 홈런포를 가동했다. 장타율은 리그 8위에 올라 있다. 10개 구단 외국인 타자들 중 가장 높다. 장타율에서 타율을 뺀 순수장타율(ISO)은 4위다.
타 구단 외국인 타자들의 부진과 맞물려 스크럭스는 더 조명받고 있다. kt의 조니 모넬은 타율 0.182라는 극도의 부진 끝에 2군에 내려가 있다. '필라델피아 거포 유망주' 출신으로 기대를 모은 대린 러프(삼성)도 장타율 0.250이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고 2군에서 컨디션 조율 중이다. SK 대니 워스는 어깨 부상으로 3경기만 지명타자로 출장한 뒤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