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한국 땅을 처음 밟은 파울루 벤투(49·포르투갈)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의 출사표다. 앞으로 4년 동안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을 지휘하게 된 벤투 감독의 역사적인 첫마디에는 자신을 향한 불신을 '성적'으로 날려 버리겠다는 각오를 엿볼 수 있다.
벤투 감독이 2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에 입국, A대표팀 사령탑으로서 한국에 첫발을 내디뎠다. 세르지우 코스타(45) 수석 코치, 필리페 코엘류(38) 코치, 비토르 실베스트레(35) 골키퍼코치, 페드로 페레이라(45) 피지컬코치 등 자신이 이끄는 '벤투 사단'과 함께 입국한 그는 쏟아지는 플래시 세례 속에서 담담한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 섰다. "한국에 오게 돼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내 인생에서도 열정과 새로운 목표를 갖고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문을 연 뒤 "4년 뒤 월드컵은 물론이고 목전에 있는 2019 아시안컵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도록 하겠다"고 출사표를 전했다.
벤투 감독의 계약 기간은 2022 카타르월드컵까지다. 월드컵까지 4년의 시간이 남아 있지만 일정은 벌써부터 빡빡하다. 당장 다음 달에 있을 A매치 데이 기간 동안 대표팀을 이끌고 평가전을 치러야 하고, 내년 1월 5일부터 2월 1일까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에서 국제 대회 첫 번째 시험 무대를 맞이하게 된다. 벤투 감독은 "한국은 최근 몇 번의 대회에서 결승에 올라 3위 안에 들었다. 다가오는 아시안컵에선 최근 이루지 못했던 우승에 도전하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1956년과 1960년에 열린 1·2회 아시안컵 이후 줄곧 우승 문턱에서 트로피를 놓쳤던 한국을 우승으로 이끌겠다는 다부진 각오다. 아시안컵에서 한국의 최근 성적은 2015 호주 대회 준우승으로, 당시 울리 슈틸리케(64) 전 감독의 지휘하에 결승에 진출해 개최국 호주에 연장 접전 끝에 1-2로 패한 바 있다.
벤투 감독을 둘러싼 시선은 여전히 '기대 반 불신 반'이다. 그의 지도자 커리어에 성공과 실패가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선수 시절 포르투갈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벤투 감독은 2004년 스포르팅 리스본 유소년팀 감독을 시작으로 다음 해 스포르팅 사령탑에 오르며 지도자의 길에 나섰다. 2009년까지 스포르팅을 이끌며 컵대회와 FA컵 우승 등 4번의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2010~2014년 포르투갈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아 팀을 2012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2) 4강에 올려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크루제이루(브라질·2016년)와 올림피아코스(그리스·2016~2017년) 충칭(중국·2018년) 등에서 채 1년을 넘기지 못하고 경질된 점이 발목을 잡는다. 벤투의 선임에 여론의 비판적인 목소리가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여론이 벤투 감독을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는 이미 사령탑으로서 한국 땅을 밟았다. 이제 감독에게 필요한 것은 그가 '자신만의 색깔'을 낼 때까지 기다려 줄 시간과 인내심이다. 이날 공항을 떠나기 전, 한국에서 어떤 축구를 보여 주고 싶냐는 질문을 받은 벤투 감독은 "감독마다 제각각 스타일이 있지만 가장 첫 번째는 선수를 파악하는 것"이라며 "선수를 파악하다 보면 우리만의 스타일을 만들 수 있다. 그다음에 우리 색깔을 만들고,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벤투 감독은 오는 9월 7일 코스타리카, 11일 칠레와 치르게 될 평가전을 앞두고 27일 대표팀 소집 명단 23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명단을 발표한 뒤 9월 3일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 선수 23명을 소집, 9월에 있을 A매치를 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