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김광현(26)이 미소지었다. 그는 "정말 행복했다"고 했다. 프로 8년차 투수인 그는 '커브' 하나로 온 세상을 다 가진 듯 환하게 웃었다.
올 시즌 김광현은 확실히 살아났다. 26일 넥센전에서는 6이닝 1실점으로 승리하며 시즌 10승째 고지를 밟았다.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이자 팀의 에이스를 재확인시켜주는 무대였다. 이날 그를 보기 위해 문학구장을 찾은 미국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에게도 존재감을 드러내는 피칭이었다. 이날 그의 피칭 중 압권은 0-0으로 맞선 4회초 무사 만루 박병호 타석에서 나왔다. 그는 박병호를 상대하며 직구 네 개를 연속으로 던진 뒤 볼카운트 1B-2S에서 커브를 던져 헛스윙 삼진처리했다. 상대 중심타자와의 대결에서 완승을 거둔 셈이다.
27일 넥센전에 앞선 만난 그는 '그 장면'을 다시 생각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김광현은 "나도 내가 거기서 커브를 던지게 될지 몰랐다. (정)상호 형도 대단하다. 거기서 커브 사인을 내더라. 사인을 보고 내가 너무 깜짝 놀라서 상대가 눈치챌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얻은 게 많은 '커브'였다.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뿌듯함이 생겼다. 그는 "경기전에 커브를 던지겠다고 말하고, 정말 커브로 삼진을 잡았더니 성취감이 정말 컸다. 정말 행복했다. 야구를 하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 중 하나였다"고 했다.
그의 주무기는 빠른 공과 슬라이더다. 하지만 열심히 연마했던 커브로 '홈런왕'을 잡아내며 또 하나의 '무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김광현은 "커브로 헛스윙 삼진을 처음 잡은 것 같다"며 "코치님들께서 맞아야 안다. 맞아 봐야 다음에 던지겠다, 안 던져야 겠다를 알고, 커브로 자꾸 스트라이크를 넣어서 안타가 되는지 범타가 되는지를 안다고 하셨다. 과감하게 던지고, 실패를 해봐야 성공을 할 수 있다고 하신 말씀이 맞는 것 같다"고 했다. 과감한 그의 '커브'는 타자와의 승부에 통했고, 김광현은 "커브에 대한 자신감도 많이 생겼다"고 했다.
프로 8년차이자 팀의 에이스인 그가 또 한 뼘 자라는 순간이다. 김광현은 "이래서 야구를 하는구나 싶다. 이렇게 하나씩 배워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 정상급에 오른 투수로 평가받는 그이지만,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는 "마운드에서 더 자신감 있는 모습, 승부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