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가 아니면) 누구에게 맡길까요?"
선동열 야구대표팀 감독은 '박병호가 4번 타자를 맡게 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렇게 되물으며 웃었다. 고민할 필요 없이 답이 정해져 있다는 의미다.
넥센 박병호(32)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한국 야구대표팀 야수 가운데 최고참이다. 4년 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역대 최초로 '20대 주장'을 맡았고, 이번 대표팀에선 야수진의 선봉에서 후배들을 이끌게 됐다.
타선에서도 중심적인 역할을 하게 됐다. 국가대표 4번 타자라는 중책이 떨어졌다. 각 팀을 대표하는 거포들이 모두 모인 대표팀에서 '4번 중의 4번'으로 뽑혔다. 부상으로 올 시즌 30경기에 나서지 못한 상황에서 리그 홈런 2위에 올라 있는 저력을 인정받았다.
주변의 큰 기대는 부담감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박병호는 "그렇지 않다"며 손을 내저었다. "부담감보다 '책임감'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는 것 같다"면서 "나 혼자만 중요한 게 아니라 대표팀에 합류한 선수 모두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표팀 분위기가 나쁘지 않고, 모두 같은 마음으로 뛴다"며 힘주어 말했다.
박병호는 올 시즌 타율 0.341 33홈런 91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국가대표 해결사'로 손색없는 성적이다. 이승엽이 은퇴하고 이대호(롯데)와 김태균(한화)이 30대 후반으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국가대표 4번 타자'의 계보를 이을 적임자가 바로 박병호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물론이고 '선동열호'의 최종 목적지인 2020 도쿄올림픽까지 한국 야구는 '4번 타자' 박병호의 능력을 필요로 한다.
박병호는 "대표팀 주장인 김현수(LG)가 팀을 잘 이끌고 있고, (나도) 도울 준비가 돼 있다"며 "선수 모두가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하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최원태와 이정후 같은 소속팀 후배들이 이번 대표팀에 합류하게 돼 더 든든하다"며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을 때보다 적응하기 편해졌지만, 마음가짐은 그때와 비슷하다. 그때나 지금이나 목표는 역시 금메달"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금메달을 목에 걸기 위해 한국이 넘어야 할 산은 대만과 일본이다. 박병호는 두 팀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대만과 일본의 전력이 약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느 팀에나 좋은 선수는 있다"며 "컨디션이 나쁘지 않은 상황에서 대표팀에 왔다. 준비를 잘하겠다"고 했다. '대한민국 4번 타자'는 몸도, 마음도 이미 준비돼 있다.
배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