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최근 '이대호 효과'를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 타선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가 최대 화력을 발휘할 조건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롯데는 개막 첫 10경기에서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팀 득점 8위 팀의 대변신이었다. 이대호(35)가 메이저리그에서 복귀한 뒤 최준석, 강민호로 이어지는 거포 라인의 무게감이 더해졌다. 상대 투수들에게 부담을 줬다.
하지만 이후 11경기에선 득점력이 뚝 떨어졌다. 득점(47점)은 7위, 홈런(5개)은 10위에 그쳤다. NC와 넥센을 상대한 지난주 6경기에선 득점(18점)과 홈런(1개) 모두 최하위였다. 물론 타자들이 매 경기 좋은 타격을 할 순 없다. 상대 투수가 누구냐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득점력 반등을 자신한다.
4할대 타율을 유지하고 있는 이대호 앞에 좀처럼 득점 기회가 오지 않고 있는 점이 아쉽다. 이대호는 21경기·90타석 중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47타석에 나섰다. 절반 이상이다. 한화 김태균은 20경기·81타석 중 주자 없는 가운데 나선 타석이 29번에 불과하다. 이대호의 90타석 중 득점권 타석 비율은 27.8%(25타석)에 그친다. 리그 전체에서 33위에 그친다. 이대호는 유주자 타석에서 타율 0.429를 기록했다. 전체 2위다. 득점권 타율(0.500)은 10개 구단 타자 중 가장 높다. 최강의 '타점 머신'이 주자가 없는 탓에 효율이 떨어지고 있다.
이대호가 선두 타자로 나설 때도 많다. 롯데 상위타선이 1회 공격에서 삼자범퇴로 물러나거나, 득점 기회가 이대호 앞에서 끊기는 경우다. 4-2로 승리한 25일 사직 한화전도 그랬다. 이대호는 이날 홀로 3안타를 기록했다. 하지만 네 차례 타석에서 선두 타자로만 3번을 나섰다. 타점은 2회말 솔로홈런으로 기록했다. 롯데의 5연패가 시작된 지난 16일 사직 삼성전부터 치른 8경기에서 이대호가 선두 타자로 나선 타석만 12번이다.
이대호가 출루해 후속 타자들에게 기회를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롯데의 득점력이 극대화되기 위해선 해결 능력이 확실한 4번 타자 앞에 주자가 많아야 한다. 이대호가 주자 없이 나서면 상대 투수의 부담도 줄어든다. 홈런을 맞아도 1점만 내줄 뿐이다. 실제로 이대호가 25일까지 기록한 홈런 7개 중 솔로홈런이 6개다. 장타성 타구를 맞아도 2루타가 될 가능성이 낮다. 누상에서 위협적인 주자도 아니다.
리드오프 전준우의 부상 공백 여파가 크다. 개막 첫 8경기에서 타율 0.371·4홈런을 기록했던 그는 11일 문학 SK전을 앞두고 왼옆구리 근육 파열로 이탈했다. 롯데 벤치도 상위타순에 자주 변화를 주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25일 한화전에선 2할대 타율에 그치고 있는 외국인 타자 앤디 번즈를 8번으로 내리고, 주로 3번으로 나서던 손아섭을 2번, 줄곧 5번으로 기용하던 최준석을 3번으로 넣기도 했다. 26일에도 비슷한 타순을 들고 나왔다. 이날은 상, 하위 타순에서 득점 찬스를 많이 만들며 변화로 기대하는 효과를 봤다. 정작 이대호가 무안타를 기록했다.
롯데는 kt와 트레이드로 우완 강속구 투수 장시환을 영입했다. 그는 4경기에서 무실점을 기록하며 2홀드를 챙겼다. 젊은 투수 박시영도 필승조에서 자리를 잡고 있다. 고질적인 약점인 불펜 안정이 기대되고 있다. 강점인 공격력이 동반돼야 도약이 가능하다. 26일 한화전 같은 경기력이 필요하다. 당면한 이대호 앞 '밥상 차리기'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