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미국 스포츠 팀의 가치를 산정해 발표한다. 지난 12일(한국시간)에도 어김없이 순위를 공개했는데, 메이저리그 1위는 21년 연속 뉴욕 양키스가 차지했다. 구단 가치는 무려 40억 달러(약 4조2592억원)로 4조원이 넘는 것으로 평가됐다.
현재 양키스 구단주는 할 스타인브레너다. 하지만 1973년 구단을 매입한 당사자는 그의 아버지인 조지 스타인브레너다. 흥미로운 사실은 가격이다. 당시 조지 스타인브레너가 구단 소유를 위해 지급한 액수는 880만 달러다. 45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긴 했지만 90억원 정도를 투자해 반백 년이 채 지나지 않은 사이에 무려 400배 이상 가치가 상승했다. 이런 결과가 만들어지기 위해선 가치가 매년 15% 정도씩 꾸준히 올라야 가능하다. 그만큼 쉽지 않다. 물론 양키스만 성장을 거듭하는 것은 아니다. 전년 대비 메이저리그 팀들의 평균 가치는 7%대 성장을 보여 줬다.
포브스가 구단의 가치를 산출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매출과 운용 이익, 구장 가치, 부채와 리스 상환 상황, 지역 방송사와 계약 등을 면밀히 검토한다. 여기에 스포츠 산업 전문가들의 조언이 곁들어져 결과가 나온다. 양키스는 지난해 총 매출이 6억2000만 달러(약 6613억원)에 육박했다. 이 매출 규모는 2위 팀과 비교해도 약 20% 이상 높았다.
단순히 매출 차이만 있는 것도 아니다. 양키스의 뒤를 잇는 구단 가치 순위 상위팀들은 역사와 만만치 않은 내공을 자랑한다. 2위 LA 다저스(30억 달러·약 3조1980억원) 3위 시카고 컵스(29억 달러·약 3조914억원) 4위 샌프란시스코(28억5000만 달러·약 3조381억원) 5위 보스턴(28억 달러·약 2조9848억원)까지 하나같이 모두 인기 구단. 하지만 양키스에 뒤처진 결정적 이유는 구장의 가치, 프랜차이즈 마켓 사이즈, 팀 매니지먼트 등이 꼽힌다.
양지가 있으니 음지도 있다. 상위 5개 팀과 큰 격차를 보이는 하위 5개 팀이다. 불명예스러운 꼴찌는 탬파베이로 9억 달러(약 9596억원)로 평가됐다. 30개 팀 중 유일하게 팀 가치가 1조원을 넘지 못했다. 29위는 플로리다주의 마이애미(10억 달러·약 1조665억원)다. 새 구장을 개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구단 가치는 겨우 1조원을 간신히 넘어섰다. 그 뒤를 신시내티(10억1000만 달러·약 1조771억원)와 캔자스시티(10억1500만 달러·약 1조823억원), 오클랜드(10억2000만 달러·약 1조880억원)가 뒤를 이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아쉬워할 이유는 전혀 없다. 하위 5개 팀도 전년 대비 6~16% 가치 상승을 인정받았다. 이들의 평균 상승률은 9.6%로, 상위 5개 팀의 평균 상승률인 7.4%를 능가했다. 물론 기존 가치가 적게는 3배에서 4배까지 차이가 나기 때문에 실제 금액상 상승률은 차이가 나겠지만 높은 상승률은 현재는 물론이고 향후 구단이 높은 투자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다.
흥미로운 팀은 마이애미다. 지난해 데릭 지터가 투자 그룹의 일원으로 매입한 마이애미는 약 1조3000억원에 팔렸다. 포브스가 산정한 구단 가치보다 약 2500억원 정도가 높았다. 구단주 입장에선 돈을 더 받아 낸 셈이다. 그렇다고 억울해할 일은 아니다. 여기엔 현재 가치뿐 아니라 향후 가치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실제 7년 전 다저스를 인수한 구겐하임 그룹은 목표인 월드시리즈 우승을 6년 연속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2조5000억원에 인수한 구단 가치가 현재 3조원을 넘어서 약 20% 이상 가치 상승을 이끌어 냈다.
구단의 가치 상승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더 많은 투자와 관심으로 혜택이 구단과 선수는 물론이고 팬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 미국 4대 프로스포츠 가운데 인기 순위는 3위지만 지속적으로 메이저리그 인기는 상승하고 있고, 이 같은 분위기가 구단 가치에 반영되고 있다. 이런 가치 상승이 실질적인 경기의 질과 수준 상승으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