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달리던 '추추 트레인'이 멈췄다.
추신수(텍사스)는 22일(한국시간) 클리블랜드와 홈경기에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이로써 지난 5월 14일 휴스턴전부터 이어 온 연속 경기 출루 기록을 '52'에서 마무리했다. 1993년 훌리오 프랑코가 작성한 텍사스 역대 단일 시즌 기록을 갈아 치웠지만, 윌 클라크의 59경기엔 미치지 못했다. 클라크는 1995년 9월 7일부터 이듬해 5월 12일까지 두 시즌에 걸쳐 연속 경기 출루를 이어 갔다. 이와 별개로 2001년 이후 공동 5위에 해당하는 출루 기록으로 자신의 가치를 재확인했다. 바닥까지 떨어졌던 자존심을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는 결과다.
추신수는 2013년 12월 텍사스와 메가톤급 계약을 했다. 계약 기간 7년에 총액이 무려 1억3000만 달러(1476억원). 올해 연봉만 2000만 달러(227억원)로 콜 해멀스(2350만 달러
·267억원)에 이어 팀 내 2위다. 하지만 기대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매년 혹평이 이어졌다. 2014년 11월 미국 CBS스포츠에서 포지션별 최악의 계약을 언급하며 아메리칸리그 외야수로 추신수를 꼽았다. 지난해 3월 지역 매체인 스타 텔레그램은 '(구단 연고인) 댈러스 포트워스 지역에서 이번 세기 최악의 계약'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4월에도 미국 ESPN에서 '현시점 최악의 계약'을 선정하며 9위로 추신수의 이름을 뽑았다. 텍사스 유니폼을 입은 뒤 f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팬그래프닷컴)이 1.0 이상이었던 시즌은 2015년이 유일하다.
52경기 연속 출루는 팀이나 개인 모두에게 중요한 결과다. 우선 텍사스는 아메리칸리그 서부 지구 최하위에 처져 있다. 포스트시즌 경쟁이 물 건너간 상황이라 주축 선수를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이틀 전 불펜에서 궂은일을 담당했던 제시 차베스를 시카고 컵스로 보내며 움직임을 시작했다. 2020년까지 계약돼 있는 추신수의 잔여 연봉만 4200만 달러(477억원
·2018년 제외). 연속 출루 기록으로 가치가 최고조에 올랐기 때문에 구단 입장에선 트레이드 매물로 이용해 팜을 채울 수 있는 최상의 타이밍이다. 포스트시즌을 노리는 팀 입장에선 출루 능력이 확실한 1번 타자는 매력적인 매물. 트레이드 거부권과 연봉 보조 등 풀어야 할 과정이 적지 않지만 트레이드 자체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난 11일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트레이드 대상 후보 10명 중 한 명으로 추신수를 꼽았다.
이적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팀 내 입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이미 통산 186홈런을 기록해 마쓰이 히데키가 갖고 있던 아시아 타자 통산 최다 홈런 기록(종전 175개)을 갈아 치웠다. 전반기에만 18홈런을 때려 내 개인 기록(종전 13개)을 넘어섰다. 볼넷도 마찬가지. 전반기 동안 1985년 토비 하라(82개)에 이은 역대 2위에 해당되는 62개를 골라냈다. 장타와 선구안을 모두 갖춘 타자로 재평가됐다. 생애 첫 올스타전 무대까지 밟았다.
추신수는 클리블랜드전이 끝난 뒤 지역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수차례 얘기했지만, 50경기(출루)는 무척 많은 경기자 오랜 기간 이어 온 기록이었다. 나 홀로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진심으로 팀 동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건넨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네 차례 타석에서 무척 좋은 투수들과 대결했다. 그것을 불평하고 싶지 않고, 훨씬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해 기록 연장의 부담감에서 벗어난 홀가분한 심정도 내비쳤다. 제프 배니스터 텍사스 감독은 "올스타자 대단한 선수가 이룬 믿기 어려운 위업"이라며 52경기 연속 출루를 평가하고 "감독으로서 그 기록의 일부가 될 수 있어 놀라웠다"며 추신수를 격려했다.
그동안 외야수가 아닌 지명타자 출전 횟수가 늘어나면서 활용도에 물음표가 찍혔다. 마이너리그 트리플 A에선 내
·외야를 모두 맡을 수 있는 윌리 칼훈이 빅리그 콜업 준비를 마쳤다. 자칫 '계륵'으로 전락해 팀의 미래 구상에서 제외될 수 있었다. 그러나 극강의 출루 능력으로 활용도를 넓혔다.
배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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