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16·바르셀로나)는 성장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16세 이하(U-16) 챔피언십 대회는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대회였다. 이승우는 5골·5도움을 올렸다. 최우수선수(MVP)와 득점왕 등 개인상을 독차지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하루가 다르게 이승우는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와 올해 초,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이승우를 만났는데 볼때마다 더 성숙해 있어다. 달라지지 않는 것은 넘치는 자신감 정도다.
우선 체격조건이 좋아졌다. 정확하게는 강한 상대와 부딪혀도 지지 않는 법을 익혔다. 지난해부터 이승우를 봤다는 최순호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이)승우가 매번 볼 때마다 성장한다"고 칭찬했다. 최 부회장은 한국 축구 역사에서 공격수 계보를 잇는 주인공이다. 그는 "지난해 볼 때만 해도 키가 작아서 몸싸움이 약했다. 그런데 1년 만에 일취월장했다"며 "성장속도도 빠르고 더 발전하고 있어 무서운 선수다.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공격수가 될 것이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 20일 결승전에서 덩치가 1.5배는 큰 북한 선수가 거칠게 몸싸움을 해도 이승우는 넘어지지 않고 공을 지켜냈다. 이승우는 "바르셀로나 후베닐A에서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21세 팀과 경기한다. 거기서도 어려움이 없었다"며 "좋은 선수들과 경기해 경쟁력을 쌓았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정신적으로도 성숙했다. 공격포인트의 변화를 보면 알 수 있다. 1년 전 이승우는 골만 넣을 줄 아는 선수였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그는 도움을 5개나 올렸다. 득점 숫자와 같다. 경기장 안팎에서 동료를 다독이는 법을 배운 것이다. 결승전에서 패하고 가진 인터뷰에서도 그는 "우승을 하지 못해서 아쉽다. 선수들은 끝까지 열심히 뛰었다"며 동료를 챙기는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지난해까지만 해도 내가 득점하는 것에만 집중했다. 하지만 최진철 감독님과 바르셀로나에서 수비에 더 가담해야 한다는 것도 배웠다"며 "또 내가 막힐 때 도움을 주는 것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쏟아지는 관심도 즐길 줄 아는 여유가 생겼다. 이에 대해 이승우는 겸손함도 보였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좋은 경기를 한 것은 감독님과 팀 동료가 있었기 때문이다"고 공을 돌렸다. 쏟아지는 관심에도 태연스럽게 받아 넘겼다. 그는 "부담이란 없다. 많은 관심은 기쁘다. 더 좋은 선수가 돼 보답하겠다"고 했다. 다만 경기 때마다 화를 참지 못하는 장면이 잡혔다. 일각에서는 성격이 강하고 싸가지가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싸가지가 없다'는 이야기가 있다는 질문에 "그건 내가 판단할 일이 아니다"고 당당하게 되받아쳤다. 최진철 감독도 "주변에서 싸가지가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자신감의 표출이다"며 "지켜보면 한국을 대표하는 공격수로 성장할 것이다"고 치켜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