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번 꺾여도 결코 굽히지 않는다'는 뜻이다. 김진수(22·호펜하임)는 앳된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오른 팔뚝에 이 문구를 새겨놨다. 그는 177cm에 69kg로 축구 선수치고 왜소한 체격이지만 독한 승부근성을 바탕으로 국가대표 왼쪽 수비수로 성장했다. 2012년 일본 J리그 알비렉스 니가타에 입단해 얼마 후 무릎 연골 수술을 받았지만 피나는 재활로 3개월 만에 그라운드를 밟았다. 브라질월드컵 최종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가 발목 부상으로 중도 하차했지만 오뚝이처럼 일어났다. 6월 호펜하임 유니폼을 입으며 한국선수는 9번 째로 분데스리가 무대를 밟았다. 김진수는 이적 두 달 만에 호펜하임 마르쿠스 기스돌(45)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난 17일 독일의 FA컵에 해당하는 DFB 포칼 팔로마(4부 리그)와 1라운드에서 선발로 나와 9-0 승리에 일조했다. 김진수는 9월부터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 축구대표에도 뽑혔다. 브라질의 한을 인천에서 풀 각오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일본의 우치다 아스토(26·샬케04)나 한국의 박주호(27·마인츠)처럼 아시아 출신 측면 수비수가 독일에서 성공했다. 김진수 기량이 이들에 뒤지지 않는다"며 성공을 점쳤다. 분데스리가 개막(한국시간 8월23일)을 앞둔 김진수와 20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 아우크스부르크와 개막전을 앞두고 있다.
"아직은 적응기다. 컨디션은 좋다. 긴장보다는 설렌다. 기대가 크다."
- 독일어는 배우기 어려운데 적응에 어려움은 없나.
"일본에서 외국 생활을 했지만 유럽은 아시아와 또 다르더라. 유럽파 선배들이 얼마나 힘들게 생활하는지 다시 느꼈다. 간단한 독일어는 알아듣는다. 언젠가 유창한 독일어로 인터뷰하는 것이 꿈이다. 지금은 구단에서 통역도 따로 붙여줄 정도로 배려해주고 있다. 어머니도 19일에 독일로 오셔서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 독일 언론 평가가 좋다.
"크게 신경 안 쓴다. 한국 기사도 시차 때문에 읽을 시간이 없다. 중요한 고비마다 부상이 많았다. 오로지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잘 보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 부상 때문에 브라질 월드컵 출전도 눈 앞에서 놓쳤다.
"(월드컵 본선에) 못 간다고 들었을 때 상상할 수 없이 힘들었다. 부상 정도도 심했다. 남양주 별내동에 위치한 탑 프로젝트에서 재활에 집중했다. 1달이나 먼저 회복해 독일에서 적응할 시간을 벌었다."
- 주전을 바로 꿰찼다. 기스돌 감독의 신뢰가 큰데.
"한 달 넘게 감독님을 봤다. 열정적이고 강한 지도자다. 훈련 모습을 비디오로 다 찍어 따로 불러 영상을 보여주시며 지도한다. 압박하는 타이밍과 수비에서 라인을 맞추는 부분, 팀 전술에 적응하는 방법 등을 자세히 알려준다."
- 호펜하임과 스타일이 잘 맞는 것 같다.
"감독님은 공격적인 축구를 추구한다. 측면 수비수에게 적극 올라가라고 주문한다. 공격 가담을 즐기는 나에게 딱 맞다. 호펜하임은 남자다운 팀이다. 실점을 해도 개의치 않고 계속 공격 한다. 한 골을 내주면 두 골을 넣으면 된다는 마인드다. 기대하셔도 좋다.(실제 호펜하임은 득점도 많고 실점도 많은 팀. 작년 34경기에서 72득점 70실점)"
- 인천아시안게임대표팀에 뽑혔다.
"영광스럽다. 28년 만에 금메달을 따오겠다. 우승은 하늘이 점지해 준다고 한다. 준비를 소홀히 하지 않겠다. 홈에서 치르는 부담감을 잘 극복해야 한다."
- 2009년 나이지리아 17세 이하 월드컵에서 함께 왼쪽 라인을 책임졌던 '절친' 손흥민(22·레버쿠젠)이 아시안게임에 못 오는데.
"누구보다 (손)흥민이가 아쉬울 것이다. 또 한 번 같이 한국축구를 빛내고 싶었는데…. 흥민이와 분데스리가에서 맞대결을 기대하고 있다."
-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저도 지금 유럽에 있지만 TV로 K리그 경기를 많이 본다. 수준이 매우 높다는 걸 느낀다. 팬들께서 K리그를 많이 응원해 주셔야 한국축구가 발전한다."
-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한국 축구의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아직 많은 팬이 나와 한국축구를 응원해주신다. 감사한 마음이다. 꼭 반전을 이루겠다."
김민규 기자 gangae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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