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방송을 끝으로 tvN 금토극 '미생'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날 방송에서는 원 인터네셔널을 떠난 이성민(오차장)이 새로 차린 회사에 임시완(장그래)이 합류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두 사람 모두 그들이 몸 받쳐 일했던 원 인터네셔널은 떠나게 됐지만 또 다른 미래를 찾게 된 것. 이들에게 또 다른 길이 있다는 결말을 열어준 '미생'은 마지막까지 우리 모두에게 '희망'과 '미래'가 있다는 걸 보여줬다 '미생'은 원작, 디테일이 살아있는 연출, 출연배우들의 호흡, 이 삼박자가 완벽히 들어 맞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미생'이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시청자가 주인공들에게서 '내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바로 내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욱 공감하고 그들과 함께 울고 웃을 수 있었다.
'공감'의 힘으로 평균시청률 7%를 기록하며 공중파 드라마를 뛰어 넘은 '미생'. 과연 미생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원작 활용의 '좋은 예'를 보여주다.
'미생'은 원작이 가지고 있는 미덕을 그대로 구현해냈다. 특히 매회 말미 이 시대의 '미생'을 대변하는 장그래(임시완)의 담담한 독백은 원작이 주는 울림을 고스란히 전달했다. 원작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의 색깔 역시 그대로 살려냈다. 단순히 원작 캐릭터의 개성을 살려내는 데 급급해 현실성을 놓치는 실수를 범하지도 않았다. 한석율(변요한)의 5:5 가르마, 김대리(김대명)의 뽀글머리 등 만화적 요소를 그대로 살리면서도 진짜 직장 생활의에서 사용하는 용어 등을 그대로 사용해 현실감을 을 부여했다.
그렇다고 '미생'이 원작을 100% 모방한 것은 아니다. 장그래를 비롯한 인턴 사원들이 오징어젓갈 통을 뒤지며 꼴뚜기를 찾던 1화 내용은 원작에는 없던 에피소드다. 또한, 원작 속 안영이(강소라)는 남자 상사들로부터 드라마에서 처럼 모진 구박을 당하지도 않았다. 드라마를 위해 새로 첨가된 내용이지만 동기 간의 치열한 경쟁, 남녀차별 등 직장 생활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를 더욱 현실감 있게 녹여냈다는 평을 받았다. 또한, 미생'의 최고의 대사라고 꼽혀지는 강대리(오민석)의 "내일 봅시다"나 오차장(이성민)의 "우리애만 혼났잖아" 등의 대사 또한 원작에는 없는 것들이다.
원작자 윤태호 작가 역시 "드라마 '미생'은 원작 보다 진하고 애잔함의 울림이 더 커진 것 같다. 흐릿한 선이 분명해지고 담담한 색이 선명해졌으며 갈등하던 말이 분명한 힘을 갖게 됐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한국 드라마의 미래를 제시하다.
많은 시청자는 지상파 드라마의 식상한 레퍼토리에 지쳐있었다. 막장 코드와 뻔한 러브라인, 비현실적인 신데렐라 스토리 등 천편일률적인 스토리는 더이상 보는 이의 흥미를 끌지 못했다. '미생'은 이 모든 요소를 과감하게 배제했다. 그 흔한 러브라인도 없었다. 장백기(강하늘)와 안영이가 묘한 핑크빛 기류를 타기도 했지만 딱 거기까지 였다. '미생'의 중심은 언제나 직장과 그 속에 살고있는 직장인들의 애환이었다. 의사·검사·형사 등을 내세운 '전문직 드라마' 마저도 결국엔 '기승전 연애'로 끝나는 마당에 러브라인 없는 오피스 드라마는 시청자에게 새롭게 다가왔다. 마지막 방송에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윤정 작가는 뻔한 남녀의 러브라인 보다는 '브로맨스'로 멜로를 전략적으로 사용했다고 밝히며 일을 열심히 하면 남녀 사이에 멜로가 이뤄질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대신 '미생'은 공감의 힘으로 시청자들을 TV 앞에 이끌었다. 원 인터내셔널에는 재벌 2세 실장님과 지나치게 발랄한 캔디 소녀도 없다. 하루하루 고용 불안에 휩싸이는 계약직과 무른 성격 때문에 여기저기 휘둘리는 나약한 대리, 남자 상사에게 무시당하는 여사원, 일과 가정에 치이는 워킹맘 등 지금 고개를 돌리면 내 옆에 있을 것 같은 사람들 뿐이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미생'은 사회초년생부터 대리·팀장 등 직장 구성원의 모습을 폭넓고 리얼하게 그렸다. 따라서 보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입장을 대입해 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