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왕은 거저 만들어 지지 않는다. 힘겨운 시간을 묵묵하게 관통했다. 착실한 준비도 빼놓지 않았다. 김경문(56) NC 감독은 "지금의 박병호(28·넥센)는 어려운 시간 동안 좌절하지 않고 준비해서 이뤄진 것이다"고 했다.
박병호는 1일까지 홈런 33개를 몰아치며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2012년(31개)과 2013년(37개)에 이어 3년 연속 홈런왕을 노린다. 시즌 중반 홈런포가 나오지 않아 고심한 적도 있었으나 무난하게 이겨냈다. 파워를 갖춘 외국인 선수들 사이에서도 박병호의 타격은 빛이 난다. KIA 필은 "박병호는 좋은 타자다. 힘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 같다. 타구를 모든 방향으로 골고루 보내는 것이 인상적이다. 타격 밸런스도 좋다"고 했다.
언젠가 찾아올 봄날을 기다렸다. 박병호는 성남고 시절 최초 4연타석 홈런을 기록하는 등 차기 거포로 관심을 모으던 유망주였다. 인기구단 LG에 2005년 1차 지명으로 프로에 입단했지만, 1군보다 2군에 머무는 날이 더 많았다. '2군 타격왕'은 1군 무대만 올라오면 작아졌다. 박병호는 별다른 두각을 보이지 못하다가 2011년 7월 넥센으로 이적했다. 이후 그는 팀의 중심 타선을 맡으며 꾸준하게 경기에 나섰고 이듬해 한국 최고의 선수로 발돋움했다.
김경문 감독은 박병호의 '될성부른 싹'을 알아봤다고 했다. 그는 "(박)병호가 고교 시절 4연타석 홈런을 친 선수다. 재능이 있었다는 뜻이다"며 "LG시절에 밀어친 타구가 우측 상단에 꽂히는 걸 직접 봤다. 좋은 타구를 날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힘겨운 시간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김경문 감독은 "어느 타이밍에 어떤 팀에 있으냐도 중요하다. 1군에서도 몇 타석 나간 뒤 빠지는 상황이 반복됐을 것이다. 오랜 벤치 생활을 하며 고생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박병호는 좌절하지 않았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을 때도 성실하게 준비했다. 넥센에서 거둔 성공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았다. 김경문 감독은 "그 시간 동안 오죽 노력했겠는가. 좌절하지 않고 꾸준히 준비했다. 희망을 내려 놓지 않아서 기회가 왔을 때 잡았을 것이다"고 했다.
비록 타구단 선수이지만 귀감이 된다. 막내구단 NC는 신인 선수가 많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입단했지만 지난 2년 동안 빛을 보지 못한 선수가 많다. '달감독'이 박병호의 이야기를 꺼낸 건, 2군에서 힘든 여름을 보내고 있는 무명 선수들에게 '좌절하지 말고 준비하라'는 뜻이었을 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