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박경수(30)가 포수 마스크를 썼다. 10일 잠실 두산전에서 박경수는 9회말 포수 마스크를 쓰고 정찬헌과 호흡을 맞췄다. 이유는 간단하다. 뛸 포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날 박경수는 7회말 공격에서 포수 최경철을 대신해 타석에 들어섰다. 이어진 8회초 수비에서 박경수는 2루에 들어갔고, 대신 2루를 보던 손주인이 빠지고, 포수에 김재민이 들어갔다.
4-12로 뒤지던 8회말 공격에서 이병규(7번)의 만루 홈런이 터지며 점수차를 4점까지 좁히자 양상문 LG 감독은 승부수를 띄웠다. 김재민 타석에 대타 임재철을 기용한 것이다. 일단 작전은 성공이었다. LG는 3점을 추가해, 점수를 1점차까지 좁혔다. 이제 포수 경험이 있는 선수는 박경수만 남았다.
박경수는 여러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전전후 내야수다. 성남중 3학년 땐 두산 노경은과 배터리를 호흡을 맞춘 경험도 있다. 포수로 설 기회가 오면 잘 할 자신이 있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박경수는 지난 5월 29일 잠실 삼성전에서도 포수 마스크를 쓸 뻔했다. 이날도 최경철이 김재민으로 교체된 상황이었다. 박경수는 9회말 김재민 대신 대타로 타석에 들어갔다. 당시 양상문 감독은 "아무래도 김재민의 타격이 좀 떨어지기 때문에 (박)경수를 대타로 기용했다"며 "경수가 중학교 때까지 포수를 봤다며 자신있다고 하더라. 그 정도 경력이면 기본 자세는 나오기 때문에 연장을 가면 경수를 투입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경수가 아웃되고 경기가 종료되면서 이날 박경수는 포수로 나서지 못했다. 10일 경기에선 그의 공언대로 무난한 포수 데뷔전을 치렀다. 투수 정찬헌이 제구를 잡는데 다소 어려움을 겪으며 1실점 했지만, 캐칭이나 블로킹 등에서는 큰 실수가 없었다.
한편 올 시즌 LG에서 전문 포지션이 포수가 아닌 선수가 마스크를 쓴 건 문선재-채은성에 이어 박경수가 세 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