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은 지난 1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 서울과 2016 ACL 4강 2차전에서 1-2로 패했지만 1, 2차 합계 5-3으로 결승 진출을 확정했다. 2006년 이후 통산 두 번째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을 향해 전진한다. 전북의 결승 상대는 알 아인(UAE)이다. 팀 안팎의 갖은 악재 속에서 2011년 이후 5년 만에 대회 결승 진출을 이뤄 낸 전북 선수단은 경기가 끝난 뒤 유독 결연한 표정이었다. 최강희(57) 전북 감독은 "준우승의 아픔을 기억한다. 후유증이 오래갔다"며 "이번에는 반드시 우승해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전북 현대의 공격을 상징하는 이동국과 김신욱은 5년 전의 아픔과 새로운 도전을 향한 설렘을 동시에 느낀다. ACL에 얽힌 아픈 사연을 가진 '라이온 킹' 이동국과 다시 한 번 ACL 우승을 바라보게 된 '이적생' 김신욱에게 이번 결승 진출은 남다른 의미를 품고 있다.
◇ 이동국, 2011년 아팠던 그날의 기억
"솔직히 그날은 기억하고 싶지 않아요."
지난 19일 경기 뒤 믹스트존에서 만난 이동국은 5년 전 이야기를 언급하길 꺼렸다. "뼈아픈 기억이 있어서…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뿐입니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아픔은 여전했다. 이동국에게 ACL은 영광과 상처를 동시에 안긴 대회다. 그는 2011년 이 대회에서 9골을 몰아 넣으며 득점왕에 올랐다. 매 경기 인상적인 플레이로 쉴 새 없이 상대 골망을 가르며 MVP마저 거머쥐었다.
그러나 전북은 알 사드(카타르)와 단판 결승전에서 잇따른 불운 끝에 준우승에 그쳤다.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무너져 아쉬움이 더 짙었다.
이동국은 중요한 경기일수록 마음을 편하게 먹기로 했다. 그는 "그때는 단판 승부라 부담이 컸다. 이번엔 두 번의 경기를 치를 수 있으니 어떻게 보면 더 신중하게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남은 기간 동안 잘 준비하겠다"고 했다.
그렇다고 마냥 여유를 부리는 것은 아니다. 알 아인은 전북이 '해볼 만한 상대'라는 평가를 받는 팀이다.
이동국은 "상대도 결승에 올라온 만큼 능력 있는 팀이다. 우리가 주도권을 갖고 경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어 "최소 실점을 하면서 승리를 거둬야 한다. 또 홈 앤드 어웨이 방식이라 (비행과 이동에 따른) 페이스와 밸런스를 잘 조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시 축구 인생의 절정기를 달리던 서른둘의 이동국은 어느덧 서른일곱 살이 됐다. 한 많은 ACL 우승컵을 향해 다시 도전하는 기회를 얻기까지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이번 ACL 결승은 어쩌면 그가 현역에서 치르는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다. 이동국도 모르지 않았다.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이제 때가 왔어요. 한풀이를 해야죠."
◇ 김신욱, 2016년 새로 쓰는 강팀의 역사
"2016년의 전북은 5년 전보다 더 강해졌어요."
김신욱은 올 시즌을 앞두고 울산 현대에서 전북으로 이적했다. 그는 2012년 울산에서 ACL 정상에 섰다. 이후 전북 유니폼을 입고 다시 ACL 결승에 올랐다.
그래서일까. 김신욱은 서울과 준결승 2차전이 끝난 뒤 전북의 초록색 깃발을 흔들며 등장했다. 아시아 클럽들이 최고의 '영예'로 여기는 ACL에서 결승까지 올라갔다는 사실이 무척 자랑스러운 듯 함박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결승에 올라서 기뻐요. 이제 두 경기 남았네요. 반드시 이겨서 우승해야죠."
김신욱은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3~4차전 대표팀 명단에 올랐다. 서울과 이란 테헤란, 다시 전북을 오가는 수만㎞의 여정 탓에 서울과 경기에서도 본기량을 100% 발휘하지 못했다. 그는 "10월 A매치 출전 후유증과 부상이 겹치면서 '베스트 11' 중에 정상 컨디션인 선수가 없었다. 서울과 2차전도 로페즈 페레이라(26)에게 의존을 많이 했다"며 힘겨웠던 경기를 되짚었다.
전북은 울산의 '상징'이었던 김신욱을 거액을 들여 영입했다. 그러나 그는 기대와 달리 시즌 초반 내내 고전했다. ACL 결승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여 주겠다고 다짐했다.
"전북이 절 데리고 올 때 이적료를 많이 줬다고 들었어요. 선수 생활 동안 토너먼트 결승에 나가면 진 적이 거의 없었어요. 이번에도 우승할 것 같아요."
2016년 전북이 2011년보다 강하다고 믿고 있다. 그는 "멤버는 5년 전 그때보다 지금이 더 (기량이) 좋다. 또 우리는 재미있는 축구를 하고 있다. 전북은 많은 것을 가진 팀이다. 이제부터는 경쟁을 즐기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한편 ACL 결승전은 홈 앤드 어웨이로 진행된다. 1차전은 11월 19일 전북의 홈구장인 전주월드컵경기장, 2차전은 11월 26일 알 아인의 홈구장인 하자 빈 자예드스타디움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