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가을을 보내고 있는 LG 선수단에 유일하게 웃지 못했던 선수. 바로 지난 시즌까지 '토종 에이스'라는 수식어를 얻어던 우규민(31)이다. 현재 LG는 1패면 플레이오프(PO)에서 탈락한다. 우규민은 단 한 번의 호투를 열망하고 있다.
우규민은 2013시즌부터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올렸다. LG 선발 투수 중 가장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에이스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던 투수. 올 시즌은 FA(프리에이전트) 자격까지 취득하게 돼 더 좋은 성적이 기대됐다.
하지만 기대에 못 미쳤다. 부상과 부진으로 2군을 오가며 정규시즌에서 6승·11패·평균자책점 4.91을 기록했다. 구속은 느려도 정확한 제구력으로 상대의 약점을 찔러왔다. 타이밍, 수싸움도 수준급이었다. 하지만 장점은 강박이 됐다. "정확하게 던져야한다"는 부담이 컨디션 저하와 겹치면서 좀처럼 슬럼프를 이겨내지 못했다. 제 모습으로 돌아와 호투한 경기도 있었지만, 상승세가 이어지지 않았다.
시즌 후반에는 타구가 몸에 맞아 결장을 했다. 상대적으로 외인 투수 2명과 토종 선발 류제국이 안정감을 보여주며, 포스트시즌에서도 4순위로 밀렸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선 구원 투수로 나서기도 했다. '명예 회복'을 노렸던 넥센과의 준PO 2차전에서도 3⅓이닝 6피안타 4실점으로 부진했다.
현재 LG는 여유가 없다. NC와의 PO, 마산 원정 2연전에서 모두 패했다. 타선이 침묵했다. 3차전 선발 투수는 류제국이 나선다. 지난 14일에 등판한 우규민의 휴식일이 너무 길어지고 있다. 경기 감각 저하가 우려된다. 하지만 팀 입장에선 선발 투수의 컨디션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규민은 팀이 3차전에 이겨야만 부진을 만회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NC는 우규민이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상대다. 올 시즌 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62를 기록했다. NC가 1군에 진입한 2013년 이후 등판한 9경기에서도 평균자책점 3.00으로 견고했다. 통상적으로 사이드암 투수는 좌타자 공략에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우규민은 에릭 테임즈, 나성범, 이종욱 등 좌타 라인이 강한 NC를 상대로 더 잘했다.
우규민은 좌타 공략법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크게 의식하진 않는 편이다"고 했다. NC전 좋은 성적도 "염두에 둘 정도로 좋은 성적은 아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다만 4번 타자 테임즈와의 승부에선 자신감을 전했다. 우규민은 "스윙을 하려는 태세가 '보인다'고 할까. 상대 궁합은 잘 맞는 느낌이다. 일단 지금까지 상대 전적은 좋았다"고 전했다. 우규민은 통산 12번 승부에서 테임즈에게 단 1개의 안타도 맞지 않았다.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 땅에 떨어진 자존심도 세우고 싶다. 우규민에게 열릴지 모르는 4차전은 그야말로 간절한 경기다. 그는 "사실 자존심도 많이 상했던 시즌이다. 하지만 소사를 보면서 극복하려했다. 그 역시 '에이스' 1선발 투수에서 3선발까지 밀렸지 않나. 실력으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단 1경기다. 팀을 위해서 1경기는 정말 잘 던져야하지 않겠나. 정말 해내고 싶다"고 말하며 결연한 표정도 지어보였다.
우규민은 등판 간격이 길어지자 4차전이 열리는 25일보다 3일 앞선 21일에 불펜 투구를 했다. 감각을 잃지 않고, 컨디션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우규민이 간절히 원하는 1경기가 완성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