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찬(33·KIA)이 규정타석을 채우면서 이재원(26·SK)과의 타격왕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점화됐다. '4할 타자'로 주목받으며 꾸준히 타율 1위를 유지해오던 이재원의 독주 체제에 막강한 경쟁자가 생겼다. 부문 1, 2위인 이재원(0.396)과 김주찬(0.389)의 타율 차이는 고작 7리이다.
김주찬은 10일 문학 SK전에 선발 출장해 5타석에 나서며 규정타석을 채웠다. 그는 손가락 부상에서 돌아온 5월31일부터 무서운 타격감을 보여줬다. 6월 22경기에서 90타수 42안타로 타율 0.467를 기록했고 7월에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최근에는 10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때리며 역대 프로야구 최초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9일까지 타율 0.390로 기록하고도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으나 이날 비로소 '제도권'에 이름을 올렸다.
김주찬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사이 이재원은 잠시 주춤했다. 5월까지 0.429를 기록했던 그는 6월 한 달간은 월간 타율이 0.333으로 떨어졌다. 워낙 높은 타율을 유지하고 있어 멀티 안타를 기록해도 시즌 타율이 떨어지기도 했고, 주전 포수로 나서면서 체력 부담이 타격에도 영향을 미쳤다. 결국 6월 27일 문학 LG전에서 4할 타율이 무너지고 말았다. 그러나 7월 들어 페이스를 회복하며 4할 언저리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 공교롭게도 두 선수는 맞대결을 펼쳤다. 성적에 따라 4월30일 이후 처음으로 타격 선두의 이름이 바뀔 수 있었다. 경기 전 이재원은 "(김)주찬이 형의 타격감은 무서울 정도다. 솔직히 자극이 되는 것이 사실이고 더욱 힘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4할 타율에는 큰 욕심이 없었다던 이재원이었지만 근소한 차이로 경쟁을 해야 하는 김주찬이 의식됐던 것이다.
경기가 시작된 후 둘의 매 타석 결과에 관심이 집중됐다. 기선을 제압한 건 이재원이었다. 두 번째 타석에서 1타점 2루타로 포문을 열었다. 그 사이 김주찬은 뜬공과 볼넷에 그쳤다. 그러나 이재원은 이후 3타석에서 안타를 때려내지 못했고, 김주찬은 삼진과 볼넷 이후 5번째 타석에서 홈런을 쳐냈다. 이재원은 5타석 4타수 1안타 볼넷, 김주찬은 5타석 3타수 1안타 2볼넷으로 순위가 뒤바뀌진 않았다.
두 타자 모두 좀처럼 식지 않는 타격감을 보이고 있어 경쟁은 앞으로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선의의 경쟁 속에 서로 더욱 힘을 낸다면 4할 타율도 불가능은 아니다. 이제 막 시작된 두 선수의 질주에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