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4번째 2차 드래프트가 열린 22일, LG가 화제의 중심에 섰다. 드래프트 공식 시작 시간인 오후 2시를 1시간도 채 남겨두지 않고 베테랑 정성훈(37)의 방출 소식이 전해졌다. 구단도 인정했다. 드래프트에선 주전 2루수 손주인(34), 한 때 4번 타자던 외야수 이병규(34), 올 시즌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 백창수(29) 그리고 우완 투수 유원상(31)이 다른 팀의 지명을 받았다.
이들 중 2명은 12년 동안 LG 소속으로 뛰었다. 아직 전력에 힘을 보탤 수 있는 선수도 포함됐다. 당연히 비난 여론이 거셌다. 이런 결정을 한 LG 구단 측도 예상하지 못한 바가 아니다.
명분은 있다. 2015년부터 추진한 '세대 교체'에 고삐를 당기기 위해서다. LG 고위 관계자는 정성훈의 방출에 대해 "군 복무를 마친 윤대영이 합류하고 김용의도 포지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양석환, 김재율 기존 자원까지 포함하면 1루수만 4명이다. 세대 교체를 위해 어려운 선택을 했다"고 밝혔다. 40인 보호선수에서 제외된 4명에 대해서도 같은 이유를 들었다.
LG의 세대 교체는 지난 2015년 11월 열린 2차 드래프트부터 시작됐다. 주장이던 이진영을 4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했다. 그는 kt의 지명을 받았다. 이후 이병규(현 LG 코치)의 출전 시간이 줄었다. 정성훈도 조짐이 있었다. 지난해 3번째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은 뒤 LG와의 협상에 난항이 있었다. 계약 기간을 두고 줄다리기가 이어졌고 결국 선수는 '1년 계약'을 수락해야 했다.
구단은 어정쩡한 스탠스로는 숙원 사업을 이룰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2018시즌 미래 자원에 한 타석, 1구라도 더 기회를 주려는 의도다. 2차 드래프트에서도 젊은 선수를 묶는 방침을 명확하게 했다. 영입도 같은 맥락이다. 잠재력을 봤다. 1라운더 이진석은 공·수·주를 두루 갖춘 선수로 평가된다. 2라운더 장시윤은 오지환의 군 입대 문제로 변수가 있는 유격수 대체 자원이다. 3라운드 신민재는 내, 외야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선수다. 모두 1990년대 생이다.
LG는 10구단 가운데 팬층이 가장 두껍다. 같은 사안도 여론이 갈린다. 세대 교체 행보도 그랬다. 지난해는 젊은 선수들이 잠재력을 드러내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기여했다. 당시엔 지지하는 목소리도 컸다. 그러나 올해 신·구 조화가 두드러지지 못했다. 당장 다음 시즌 성적이 우려되는 결과가 나오자 팬심(心)이 요동칠 수밖에 없었다.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도 '경험 부여'라는 대의는 지켰지만 숙적 일본에 완패한 탓에 비난을 받았다. 결과는 간과될 수 없는 문제다. 명확한 방침을 밀어붙인 LG가 어떤 시즌을 맞게 될지 관심이 모인다. 물론 단기적으로 결과를 내기 어렵다. 부정적인 여론을 이겨내는 맷집도 필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