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글러브 외야 경쟁은 하향 평준화 속 외인 강세다. 이정후(21·키움)가 국내 선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 전망이다.
외야는 좌우, 가운데 구분 없이 3명이 선정된다. 720이닝 이상 소화한 모든 선수가 자격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가장 많은 28명이 후보에 올랐다.
1루, 3루 부문과 함께 통상적으로 개인 성적이 좋은 선수가 많은 포지션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은 전반적으로 하향 평준화다. 30홈런 이상 기록한 타자가 없고, 3할3푼 대 타율을 넘긴 타자도 한 명뿐이다. 반발력이 저하된 공인구로 인해 다수 타자가 영향을 받았다. 지난해 수상자인 김재환(31·두산), 전준우(33·롯데)도 홈런과 타율 기록이 크게 낮아졌다.
2019 경쟁은 외인 강세다. 키움 소속으로 뛴 제리 샌즈(32)는 139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5·28홈런·113타점·100득점을 기록했다. 타점 1위, 득점 2위, 홈런 4위를 기록했다. 다수 지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정도는 최근 연말 시상식에서 최고 선수상을 휩쓸고 있는 양의지(32·NC)와 견줄만하다. 부상 속에서 소속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끈 점도 높이 평가된다.
KT에서 뛴 로하스 멜 주니어(29)는 142경기에 출전해 타율 0.322·24홈런·104타점·장타율 0.530을 기록했다. 타율 7위, 장타율 4위, 홈런 5위다. 타율은 0.305를 기록한 2018시즌보다 높아졌다. 100타점을 넘기며 KT가 창단 최다승(71승)·순위(6위)에 도달하는데 기여했다. 그는 지난 시즌, 홈런 부문 2위(43개)에 오르고도 수상에 실패했다. 올 시즌은 세 손가락에 꼽히기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이정후는 국내 선수 가운데서 가장 돋보이는 성적을 남겼다. 140경기에 출전해 타율 0.336(574타수193안타)·91득점·68타점을 기록했다. 리그 최다 안타 경쟁을 달궜고, 2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시즌 초반에는 지난해 받은 어깨 수술 여파에 시달렸지만, 이내 악재를 극복하고 타격 기계 면모를 드러냈다. 포스트시즌에서는 플레이오프(PO) 시리즈 최우수선수에 오르며 활약했다. 2019 프리미어12 대회에서도 국제 대회 경쟁력을 증명했다. 한국 야구의 미래라는 수식어가 붙던 선수다. 이제는 현재다.
외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1998년 이후, 국내 선수가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자 명단에 2명 이상 이름을 올리지 못한 시즌은 없었다. 그동안 KBO리그 연말 시상식은 외인 선수 수상에 인색한 경향이 없지 않았다. 메이저리그도 마찬가지다. 외국인인 류현진이 사이영상 레이스에서 불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그러나 경쟁력 차이가 크면 이견도 나오기 어렵다. 대항마는 국내 외야수 가운데 유일하게 20홈런을 넘긴 외야수인 전준우, 타율 0.304·11홈런·82타점을 기록한 LG 좌익수 김현수(32), 타율 0.315·12홈런·72타점을 마크한 채은성(LG), 타율 0.319·10홈런·83득점을 기록한 박건우(29·두산) 정도다. 숫자나 기록 순위로 두 외인을 넘어서긴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