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팀은 15일 북한 평양의 김일성경기장에서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3차전 북한과 일전을 치른다. 한국은 투르크메니스탄(2-0 승)과 스리랑카(8-0 승)를 연이어 격파한 뒤 북한을 상대로 3연승을 노린다. 북한 역시 레바논(2-0 승)과 스리랑카(1-0 승)에 2연승을 거뒀다. 이 경기는 H조 1위 결정전이다. 피할 수 없는 승부. 두 팀의 자존심도 걸렸다.
한국이 북한보다 한 수 위에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한국은 37위로 북한(113위)보다 한참 높다. 스쿼드의 질에 있어서도 한국이 북한을 압도하고 있다. 손흥민(토트넘) 황의조(보르도) 황희찬(잘츠부르크) 등 최강의 공격진을 구성했다. 북한에는 유벤투스로 이적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한광성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은 스쿼드에서는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역대 전적을 봐도 한국이 강했다. 16전 7승8무1패로 한국이 압도적 우위에 있다.
하지만 북한 원정이라는 변수가 있다. 한국이 북한에 패배한 1패가 바로 북한 원정에서 당한 패배였다. 1990년 10월 11일 북한 평양의 능라도 5월1일 경기장에서 한국은 사상 첫 북한 원정을 떠났고, 1-2로 패배했다. 전반 25분 김주성의 선제골로 한국이 리드를 잡았지만, 후반 4분 윤정수, 후반 45분 탁영빈에게 연속골을 내줬다. 역전패였다. 이날 경기장에는 무려 15만명의 관중이 들어차 일방적으로 북한을 응원했다. 이런 환경과 분위기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이 두 번째 북한 원정이다. 경기장은 바뀌었다. 김일성경기장이다. 하지만 분위기는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기장도 1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경기장. 북한을 향한 일방적인 응원이 한국 대표팀을 압박할 예정이다. 경기의 의미도 달라졌다. 29년 전은 친선경기였지만 이번에는 결실을 내야하는 중요한 일전, 월드컵 예선이다. 북한도 사활을 거는 경기다. 북한의 일방적 응원 속에서 한국 원정 응원단은 1명도 없다. 한국 취재진도 없다. 북한의 비협조로 응원단과 취재진 모두 평양으로 들어갈 수 없게 됐다. 대표팀의 외로운 싸움이다. 게다가 인조잔디다. 인조잔디에 적응해야 하는 또 하나의 과제를 안은 대표팀이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벤투 감독은 승리를 예고했다. 그는 "북한은 상당히 거칠다.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이다. 우리 스타일대로 경기를 잘 준비하겠다. 무승부를 위해서 경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기기 위해서 경기를 할 것이다. 느낌이 좋고, 선수단 분위기도 좋다. 좋은 결과를 가져오겠다"라고 자신했다. 많은 홈관중에 대해서도 "관중이 많으면 오히려 좋다. 관중이 많으면 많을수록 우리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한국 선수 중 북한의 이런 분위기를 두려워하는 선수는 없다. 만약 두려워하는 선수가 있다면 평양 원정에 데리고 가지 않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벤투 감독이 승점 3점을 가져온다면 북한 원정 최초의 승리라는 역사가 써진다. 최초의 행보는 벤투 감독에게 익숙하다. 벤투 감독은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뒤 많은 최초의 역사를 썼다. 한국 축구 최초로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를 무너뜨렸다. 벤투 감독이 부임하기 전 1무6패라는 전적을 남겼던 우루과이를 2018년 10월 12일 벤투호가 2-1로 잡은 것이다. 또 2019년 3월 22일에는 볼리비아전 역대 최초의 승리(1-0 승)를 일궈내기도 했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벤투 감독은 한국의 '킬러'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도 최초로 잡았다. 이전까지 이란 대표팀을 이끌던 케이로스 감독을 만나 1무4패라는 처참한 성적을 거뒀던 한국 축구였다. 벤투 감독은 2019년 3월 16일 케이로스 감독이 이끄는 콜롬비아를 2-1로 무너뜨렸다. 통쾌한 설욕이었다. 최초의 행보에 익숙한 벤투 감독. 사상 첫 북한 원정 승리. 벤투 감독이기에 기대해 볼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