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별 리그 최대 이변이 나왔다.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1위이자 월드컵 디펜딩 챔피언 독일이 멕시코에 0-1로 패했다. 멕시코가 최근 여섯 대회 연속 16강에 오른 강팀이지만 객관 전력, 상대 전적(5승5무1패 독일 우세)를 감안하면 독일의 압승이 예상됐다.
독일 수비진은 번번이 역습을 허용했다. 중원에서 볼 점유에 실패한 뒤 급격하게 집중력을 잃는 모습을 보였다. 1실점이었지만 점수 차는 더 벌어질 수 있었다. 공격도 상대의 촘촘한 수비 앞에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몇 차례 매서운 슈팅이 나왔지만 멕시코 수문장 오초아에 막혔다.
F조 판도도 복잡해졌다. 독일의 독주 속에 나머지 세 팀이 2위를 노릴 것으로 보였다. 현재 상황은 독일과 세 번째 경기를 치르는 한국에 매우 불리하다. 당장 두 번째 경기로 상대하는 멕시코의 전력도 전망과 분석을 웃돌고 있다. 파장을 남긴 F조 첫 경기. 사후 쏟아진 말들을 소개한다.
◇ 훔멜스 "나와 보아텡만이 뒤에 남겨졌다"
독일 중앙 수비수 마크 훔멜스가 경기 뒤 가진 자국 방송사 'ZDF'와의 인터뷰 내용. 동료들을 일갈했다. 공격 일변도로 나선 탓에 수비가 무너졌다는 얘기다. 평가전이던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기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고 전했다. 멕시코가 더 강팀이기 때문에 패했다는 얘기다. 훔멜스는 "이런 상황에 대해 몇 번 얘기했지만 나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멕시코전에서 불거진 수비 문제점은 내부에서도 심각하게 여겨지고 있었다.
◇ 뢰브 감독 "남은 두 경기를 모두 이겨야 한다"
요아힘 뢰브 독일 감독은 경기 뒤 가진 인터뷰에서 "중원에서 너무 쉽게 공을 빼앗겼고, 공간을 많이 내줬다"며 패인을 전했다. 유독 대회 첫 경기에 강했던 전력을 상기시키며 "낯선 상황에 놓였다"는 말도 했다. 그리고 남은 경기에서의 필승 의지를 전했다. F조는 이 경기 결과로 혼돈에 빠졌다. 뢰브 감독은 아직 100%가 아닌 선수단 컨디션이 회복되면 더 나은 플레이를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우린 패전 경험도 있다"며 이 경기 여파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도 보였다.
◇ 크루스 "남은 경기에서 승점 6점 딴다"
독일 주전 미드필더 토니 크루스가 전한 조별 리그 목표. 경기 총평은 뢰브 감독의 의견과 비슷했다. "상대 협력 수비 탓에 공을 자주 놓쳤다"며 "후반전엔 득점 기회가 많았지만 골을 얻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향후 경기에서의 분발을 예고했다. 스웨덴과 한국전에서 승점 6점을 얻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모두 이기겠다는 얘기다.
◇ 로사노 "축구 인생, 최고의 골"
결승골을 넣은 독일 윙포워드 이르빙 로사노의 소감. 그는 전차 군단을 격침했다. 전반 35분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의 침투 패스를 받아 상대 미드필더 메수트 외질을 제치고 골문 왼쪽 아래 구석으로 공을 때려넣었다. MOM(맨 오브 더 매치)에 선정됐다. "내 인생 최고의 골이었다"며 "챔피언을 상대로 좋은 결과를 얻었다. 훌륭한 출발을 했다"고 전했다.
◇ 빌트 "대표팀은 배가 불렀다"
독일 매체 빌트가 내놓은 멕시코전 평가. 부진한 내용을 구체적을 짚었다. 실점 빌미를 제공하고 공격에서도 기여도가 낮았던 라이트 풀백 요슈아 킴미히의 경기력을 비판했고, 골잡이 토마스 뮐러의 공격력도 꼬집었다. "이 경기장에서는 세계 챔피언을 볼 수 없었다"고 총평했다.
◇ 박지성 "독일, 이기려는 의지가 있는지 모르겠다"
박지성 SBS 해설위원이 본 독일의 경기력. 전반전 중반까지는 무난한 플레이가 이어졌지만 이 상황에서도 박 위원은 "원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수차례 역습을 허용하자 "투지가 보이지 않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대회(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승을 이끈 주역들이 대부분 이번 대회도 합류했다. "동기 부여가 쉽지 않다"는 의견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