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드라마 PD계 크리에이터 1호 주자가 탄생했다. 바로 MBC 월화극 '검법남녀'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마친 노도철 PD다. 시즌1 연출에 이어 시즌2엔 연출 겸 크리에이터로서 적극적으로 작품에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시즌3 떡밥까지 투척하는 쿠키영상으로 화제를 모았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결말이었다. 무언가 종결되는 것이 아닌 다음을 예고하는 내용이었다. 그것은 노도철 PD의 아이디어에서 탄생했다. 시청자들 역시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시즌물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심에서 시작된 작업. 동 시간대 시청률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시즌1에 이어 시즌2까지 눈에 띄는 성과를 보였다. 디테일을 살리며 한 단계 더 성장한 장르물로 완성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익숙하면서도 새로워야 시즌을 거듭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 시청자 대본 공모까지 고려하고 있는 상황. 노도철 PD는 "드라마를 확장하려면 생각이 열려 있어야 한다"면서 '검법남녀' 시리즈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당부했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시즌3 구상이 끝난 것인가. "구상은 했지만 현실화를 시키려면 좀 더 천천히 살펴보면서 현실적인 방법론을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시즌2가 시즌1보다 대본 구성 면에서 촘촘해졌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시즌1 때는 공동작가 시스템이었고 여러 회의를 거쳐 로맨틱 코미디에 가까웠던 대본이 장르물이 된 것이다. 시즌2는 각자 잘하는 분야를 나눠 진행했다. 민지은 작가가 주로 부검의 디테일을 살려 국과수 담당신을 썼고, 조원기 작가가 휴머니즘 시선이 있어 해당 에피소드를 담당했다. 노민우의 다중인격 콘셉트는 박현미 작가의 아이디어였다. 중간에 들어온 김지영 작가는 교대 생물학과 출신이다. 자연사로 위장된 뱀독 살인사건에 대한 대본을 써왔었는데 이것이 후반부 핵심 사건이 된 것이다. 그렇게 4명의 작가와 내가 하나의 톤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며 만든 작품이었다."
-시즌3도 시즌2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것인가. "시즌3가 되면 기발한 아이디어가 필요할 것이다. 모든 사람이 캐릭터를 알고 있고 인터넷에 법의학적인 아이디어 사건도 많다. 미국 판례도 많다. 그래서 시즌3를 한다면 시청자 대본 응모도 해볼 생각이다. 캐릭터들이 이미 잘 알려져 있으니 가능할 것 같다. 선정되면 나중에 딱 해당 분량만큼이긴 하지만 저작권도 가질 수 있을 것이다.(웃음) 시즌3는 확장성이다. 시즌1, 시즌2의 마니아 드라마가 아니라 사람들이 궁금증을 느낄 수 있는 드라마로 확장하려면 좀 더 많이 열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즌5까지 기획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검법남녀' 시리즈를 봤을 때 소재상으로 'CSI' 시리즈를 많이 거론하지만 미국 해군 관련 수사물 'NCSI'에 가까운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 이 작품은 가족색이 묻어나는 캐릭터 하나하나, 또 시트콤에 가까울 정도로 일상성이 담겨 있다. 그렇게 캐릭터들이 주고받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 진짜 '검법남녀' 시리즈가 시즌5까지 가려면 소재적으로 확장이 되어야 하고 그걸 위해선 크게 개편할 생각도 있다. 열어놔야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즌물을 해보니까 시즌을 거듭할수록 대본 쓰기 어려워진다. 적절한 성장과 많은 소재, 다양한 이야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캐릭터들이 발전하면서 잘 이끌고 간다면 시즌5까지도 가능할 것 같다."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니 시즌물과 깊은 인연이 있더라. "'안녕, 프란체스카'는 미국 드라마를 한창 좋아할 때 만든 것이다. 우리도 캐릭터를 만들어서 시즌물로 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작품인데, 당시엔 시즌물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했다. 시즌2를 시작하기 전 단 한 달이라도 재충전할 수 있었다면 좀 더 오래갈 수 있는 작품이었는데 참 아쉽다. '종합병원2'는 시즌1이 했던 에피소드를 뽑아 주 1회 시추에이션급으로 준비했던 것인데 갑작스럽게 수목극으로 투입됐다. 시즌물 연습이었던 셈이다. 시트콤을 하다가 드라마국으로 왔기 때문에 로맨틱 코미디물을 할 줄 알았는데 다양한 드라마를 하게 됐다."
-MBC 드라마국 성공의 아이콘이다. "지금이야 웃으면서 말할 수 있지만 남들이 외면하는 시간대에 작품을 할 당시엔 많이 힘들었다. 드라마가 잘 되어도 예능국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드라마국에서 '소위 뽕끼를 빼야 한다'는 말이 스트레스가 되곤 했다. 드라마 '엄마의 정원' 할 때 박정란 선생님이 종영 후 '내가 만났던 그 어떤 연출보다 연출 잘한다'고 칭찬을 해줬다. 자신감을 얻었다. 요즘은 일부러 기자간담회에서 예능 출신이라고 밝히곤 한다. 드라마를 좀 더 예능적으로 접근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그게 나만의 장점으로 승화됐다. 말이 되는 드라마, 진정성 있는 드라마를 하면 망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통한다고 생각한다."
-'군주'(2017) 방영 당시에도 가뭄의 단비가 됐다. "첫 방송부터 마지막까지 1위를 했다. 당시 MBC에 '역적'과 '왕은 사랑한다' 등 두 편의 사극이 제작될 때라 도저히 사극을 더 할 수 없었다. 그런 와중에 급하게 제작사에서 연락이 와서 들어가게 된 작품이었다. 회당 제작비가 사극 치고는 너무 적었다. 그럼에도 한국판 '왕좌의 게임'으로 만든다고 생각하며 쏟아붓기 시작했다. 막판엔 돈이 없어서 궁중사극 결말을 맞았지만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정말 다양한 장르와 시간대에서 활약했다. "아직까지 운 좋게도 (시청률 면에서) 진 적은 없다. 이러한 경험이 밑바탕이 되어 '검법남녀' 시리즈를 소화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2회 만에 하나의 에피소드가 빠르게 정리되는 방식이라 최소 6~7개 사건들이 한 시즌에 펼쳐지는데 이러한 복잡한 플롯의 이야기를 하려면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 모든 장르가 녹아져 있는 작품이라 원 없이 했다."
-앞으로 어떤 크리에이터, 연출자가 되고 싶나. "현재는 지상파 PD들이 디렉터로서만 활약한다. 작가들이 크리에이터의 영역을 담당하는데, 연출자가 바라본 경험에 의한 것들도 대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획 하나, 아이디어 하나가 소중한 시대다. 나영석 PD나 신원호 PD는 자신만의 색이 있는 예능이나 드라마로 확장하고 있다. 그 방향이 맞다고 생각한다. 난 빠른 속도감에 많은 에피소드를 몰아넣으면서도 블랙코미디로 나가는 시즌물을 하고 싶다. 그러한 장르물을 만들고 싶다. 새로움과 익숙함을 잘 섞는 게 관건이지만, '검법남녀' 시리즈는 가장 재밌을 때까지 만들어보고 싶다. 신선할 때까지 만들어보고 싶은 게 욕심이다. 또 다른 형식의 작품도 만들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