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주전 포수 강민호(31)가 남은 시즌 안방을 지키지 못한다. 그는 지난 8월 20일 오른 무릎 외측부 인대 부문 손상으로 이탈했다. 최근 일본으로 재활 치료를 떠나며 복귀를 준비했다. 하지만 사령탑 조원우 감독은 30일 LG전을 앞두고 "포수로는 나서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는 5강 경쟁에 밀려나 있다. 5위와 벌어진 4~4.5경기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잔여 경기는 매일 준다. 하지만 아직 순위 판도를 장담할 수 없는 시점이다. 한 경기 결과가 다른 팀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그런데 주장이자 주전 포수의 복귀라는 기대 요인이 사라졌다. 롯데의 후반기는 내내 가시밭길이다.
백업 포수 김준태(22)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그동안 강민호가 복귀할 때까지 버티는 게 임무였다. 이젠 남은 시즌 팀 안방을 지켜내야 한다. 한 시즌 성패가 좌우되는 시기다 20대 초반, 경험이 적은 젊은 포수에겐 부담이 크다.
김준태는 강민호가 이탈한 8월 20일 SK전부터 7경기 연속 선발 포수로 나섰다. 출전이 잦아지면서 그를 향한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일단 포구와 블로킹 능력은 다소 아쉽다. 내부에선 "생각보다 기민하게 잘 움직인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경기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실책성 플레이가 몇 차례 있었다. 8월 24일 울산 kt전에선 경기 초반 선발 투수 노경은의 포크볼 2개를 포구하지 못해 실점 빌미를 제공했다. 26일 잠실 두산전에서도 1회 박세웅의 포크볼을 제대로 포구하지 못했다. 크게 빠지는 투수의 공을 민첩한 동작으로 막아내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하지만 누상 주자를 묶어둘 수 있는 범위 안에 떨어뜨리지 못해 진루를 허용할 때가 있다.
장점도 부각되지 않는다. 수비 부담이 커지면서 타석에서도 집중력이 떨어져보인다. 고교 시절 4번 타자였던 그는 이전부터 타격 능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선발로 나서기 시작한 20일부터 7경기에서 타율 0.158에 그쳤다. 이전 34경기에선 주로 교체 출전이 많았음에도 0.267를 기록했다.
반면 투수 리드는 발전 가능성이 엿보이고, 도루 저지 능력은 합격점을 받았다. 일단 강민호와 비교해 공격적인 리드가 돋보인다. 변화구 타이밍에서 직구 승부를 낸다. 아직 상대 타자 분석이 부족하다. 하지만 그 투박한 리드가 통할 때가 있다. 올 시즌 김준태가 출전한 경기에서 롯데 투수들의 평균 실점은 5.63점이다. 강민호가 기록한 5.99점과 비슷한 수준이다. 조원우 감독도 "김준태가 나선 최근 경기에서 대체로 실점이 적었다"고 했다. 송구 능력도 검증됐다. 30일까지 출전한 41경기에서 도루저지율 43.8%을 기록했다.
경기를 보면 장점에 비해 단점이 더 두드러진다. 하지만 포수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현장에선 우려보다 희망을 더 키우고 있다. "강민호는 김준태 나이 때 더 많은 욕을 먹었다"고 말하는 관계자도 있다.
국가대표 포수의 빈자리를 메우며 갖는 부담감, 팀이 유망주 포수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위기감이 김준태를 압박한다. 하지만 현재 롯데 주전 포수는 김준태다.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남은 시즌 자신이 '안방 주인'이라는 자각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