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12년 만에 아시아축구연맹(AFC) 16세 이하(U-16)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노리고 있었다. 가능성은 크게 보였다. '특급 유망주' 이승우(16)와 장결희(16·이상 바르셀로나)가 공격진에 버티고 있었고, 수비에는 K리그 유스팀에서 차근 차근 성장한 이들이 있었다. 5경기에서 15골을 넣고 2골만 내주는 완벽한 대회를 치렀다. 그러나 북한은 만만치 않았다. 다소 과격했지만 기술도 겸비한 선수들이었다. 북한은 20일 태국 라자망갈라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AFC U-16 챔피언십 결승에서 2-1 역전승을 챙겼다. 2010년 이후 이 대회에서 두 번째 우승이다.
북한의 16세 대표는 김정은(30)이 집권한 뒤 심혈을 기울인 팀이다. 스페인 축구에 정통한 관계자는 "북한이 지난 2012년말부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선수 10여 명을 유학보냈다"며 "연령대는 10세에서 18세까지 다양하다. 공격 쪽에 재능 있는 선수들이 많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번 16세 대표팀의 공격 주축은 스페인 유학파였다. 마르셀 재단을 통해서 스페인 축구 유학을 떠난 선수 중, 이번에 3명이 16세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전에서 동점골 넣은 한광성(16)과 역전골을 꽂은 최성혁(16)이 마르셀 재단 출신이다. 여기에 최전방에서 끊임없이 한국을 괴롭힌 정창범(16)까지 스페인 유학파다.
동점골을 넣은 북한의 공격수 한광성(오른쪽 아래)이 골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방콕(태국)=김민규 기자
수비는 이탈리아에서 배웠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온 김의범과 중앙 수비수 김위성, 왼쪽 수비수 최진남은 모두 이탈리아 유학파다. 특히 김위성은 노련한 수비로 이승우의 돌파를 잘 막아냈다. 북한의 연광무 감독은 "이번 대표팀의 주축이 대부분 유럽에서 뛰었다. 훌륭한 선수들이 많다"며 "한국의 10번(이승우)는 특별한 재능이 있다. 전반전에 우리 선수들이 고전했지만, 후반에는 경험을 살려 잘 막아냈다"고 평가했다.
북한 국내파도 체계적으로 성장했다. 스페인에 정통한 관계자는 "북한은 평양에 직접 코치를 데려가 유망주를 육성하고 있다. 실제로 마르셀 재단에서 코치를 파견했다"고 전했다. 이는 연광무 감독도 확인해줬다. 연 감독은 "경애하는 장군님(김정은)이 평양에 국제축구학교를 세우셨다. 외국인 코치를 데려와 어린 연령대부터 교육하고 있다"며 "이번 대회에 나온 선수들이 1기 선수들이다. 체계적으로 성장한 선수들이 있어서 우승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북한 축구는 우물안 개구리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몇몇 선수들이 유럽과 일본에서 뛰었지만, 어린 선수들이 나가는 것은 막아왔다. 그러나 김정은이 집권한 이후 상황이 바뀌었고, 적극적으로 유학파를 지원해주고 있다. 스페인 측 관계자는 "마르셀 재단에 유학온 선수들은 원래 1년만 있을 예정이었지만, 기간이 늘어난 것 같다"고 귀띔했다. 선진축구를 받아들이고, 여기에 특유의 정신력까지 갖춘 북한 축구는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