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플릿' '가려진 시간'에 이어 11월 셋째 주는 '형'이다. 11월 스크린 복병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개봉일 변경 등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이슈가 상당했던 11월이다. 소문난 잔치처럼 비춰졌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우리가 준비한 메인 메뉴에 대한 반응은 영 신통찮다.
도박볼링을 소재로 유지태가 주연으로 나선 '스플릿(최국희 감독)'을 비록해 강동원과 판타지라는 역대급 만남을 앞세웠던 '가려진 시간(엄태화 감독)'까지 개봉 후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나타내고 있다.
현 상황에서 '스크린의 가장 큰 경쟁 상대는 시국'이라는 말이 있듯이 국가에 대한 분노와 허탈감에 극장을 찾는 관객들의 수도 현저히 줄었다. 전통적인 비수기로 일컬어지는 11월이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좋은 사정은 아니다.
이에 따라 관객들이 원하는 영화에 대한 호불호도 확실히 갈리고 있다. 한국 영화들은 이렇다 할 존재감이 없지만 '닥터 스트레인지' '신비한 동물사전' 등 외화에 반응하는 관객들은 상당하다.
마블과 '해리포터' 시리즈에 대한 믿음도 작용했겠지만 나와는 아주 많이 동떨어져 있는 다른 세상, 다른 나라 이야기에 더 관심이 쏠리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크게 고민하고 생각하지 않아도 미소지을 수 있는 깔끔한 스토리도 관객들의 환심을 사는데 성공했다.
때문에 23일 전야개봉을 확정지은 '형'에 대한 기대감은 높다. '형'은 사기전과 10범인 형과 전직 유도 국가대표 선수인 동생이 15년 만에 한집에 살면서 벌어지는 가족애를 다룬 작품이다.
코믹으로 시작해 신파로 빠진다. 배꼽잡고 웃다 펑펑 울어도 괜찮다. 곳곳에 군더더기는 남아있지만 거슬리지 않고, 조정석과 도경수의 찰떡 호흡이 이를 뒷받침한다. 현 시국 딱 필요했던 영화의 등판이다.
10월 스크린을 삼켰던 '럭키(이계벽 감독)'와 비교되는 부분도 많다. 그 만큼 사전 반응도 좋다. 전야개봉 당일인 23일 오전 7시 기준 실시간 예매율은 30.5%까지 치솟았다. 예매율 1위 '신비한 동물사전' 32.2%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
과연 '형'이 박스오피스 1위 탈환은 물론 기다렸던 흥행 포텐을 터뜨리며 한국 영화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연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