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가 MVP를 3연패하는 건 쉽지 않겠지만 기대하겠다. 박병호가 MVP를 받지 못해도 강정호가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올 시즌을 앞두고 이장석 넥센 대표가 구단 시무식에서 건넨 말이다. 팀의 주축 선수인 박병호와 강정호에게 정규시즌 최우수 선수를 부탁했다. 이미 MVP를 두 차례나 차지했던 박병호에게도, 리그 최고로 손꼽히는 유격수 강정호에게도 쉽지 만은 않아 보였던 도전이다. 하지만 이장석 대표의 '당부'대로 박병호와 강정호는 흥미로운 MVP 레이스를 펼치며 최고의 시즌을 써내려가고 있다.
지난 2012년과 2013년에 홈런 1위를 차지했던 박병호는 올 시즌에도 홈런 1위를 달리고 있다. 전반기에 이미 30홈런을 때려낸 뒤 후반기 들어 10개를 더 추가해 40홈런 고지를 밟았다. 2010년 이대호(당시 롯데·44개) 이후 4년 만에 나온 40홈런 타자다. 박병호가 만약 올 시즌 홈런왕을 차지한다면 이만수(1983~1985), 장종훈(1990~1992), 이승엽(2001~2003)에 이어 역대 4번째로 3년 연속 홈런 1위라는 진기록을 쓰게 된다.
역대 MVP를 보면 홈런 1위가 압도적으로 많다. 20번의 타자 MVP 중에서 1987년 장효조와 1994년 이종범을 제외하고 모두 그 해 홈런왕이 MVP를 차지했다. 박병호도 2년 연속 홈런 1위를 차지하며 2012년과 2013년 MVP에 올랐다. 이전까지 3년 연속 MVP에 오른 선수는 삼성 이승엽이 유일하다.
하지만 박병호의 도전이 호락호락하지 만은 않다. 홈런왕과 MVP 모두 강정호가 거세게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정호는 최근 3경기에서 연속 3홈런를 쏘아 올리며 물오른 타격감을 뽐내고 있다. 강정호는 이미 자신의 최고 시즌을 넘어 리그 기록을 새롭게 써내려가는 중이다.
이전까지 유격수 한 시즌 최다 홈런은 1997년 이종범이 기록한 30개였고, 최다 타점은 2003년 홍세완의 100타점이었다. 하지만 강정호는 올 시즌 38홈런·107타점을 때려내며 홈런 2위, 타점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올 시즌 장타율은 0.756로 1위다. 역대 한 시즌 장타율 7할을 넘긴 타자는 1982년 백인천(0.740), 1999년 이승엽(0.733), 2003년 심정수(0.720) 단 세 명 뿐이다.
수비 부담이 더 큰 포지션인 유격수라는 점에서도 강정호의 기록은 더 놀랍다. 안정적인 수비를 기본으로 무서운 공격력까지 갖추고 있는 유격수의 맹활약에 MVP로서 손색이 없다는 평가가 줄을 잇고 있다. 유격수가 MVP를 차지한 것은 1994년 이종범이 마지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