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풍자이지만 시청자 반응은 다르다. tvN 예능 프로그램 'SNL 코리아9'과 KBS 2TV 예능 프로그램 '개그콘서트'가 적극적으로 시국 풍자에 나섰지만, 안방극장의 온도 차는 극과 극. 'SNL 코리아9'이 첫 방송을 시작하자마자 환영받는 분위기인 데 반해, '개그콘서트'는 8%대 시청률에 화제성은 그보다 더 저조하다.
불과 몇 달 전 분위기와는 정반대 상황이다. 'SNL 코리아8'이 전파를 타던 지난해 하반기에는 정치 풍자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며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대신 최순실의 이름을 거리낌 없이 언급하던 '개그콘서트'는 주목받았다. 두 프로그램의 어떤 변화가 이 같은 결과를 불러일으켰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풍자 속 참신함의 유무다.
돌아와서 환영받는 'SNL'
지난 25일 첫 전파를 탄 'SNL 코리아9'은 시작부터 이정미 헌법재판관으로 분한 정이랑을 등장시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선고 결정문을 패러디했다. 이어 '광화문 연가' 코너에선 '촛불 집회 vs. 태극기 집회'를 내용으로 콩트를 꾸몄고, Mnet '프로듀스101'을 차용한 '미운 우리 프로듀스101'으로 센터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대선 후보들의 모습을 패러디했다. 방송 후 호평이 이어졌다. 시청자들은 '여의도 텔레토비'로 당시 대선 후보들을 풍자하던 'SNL코리아' 시리즈의 명성이 되살아났다고 평했다. 'SNL 코리아9' 제작진은 "초심에 집중하겠다고 일치단결했다"면서 "'SNL코리아'의 특유의 해학과 풍자 코드를 녹여내고자 했다. '위켄드 업데이트'의 경우 '고급스러운 풍자가 이런 것이다'라는 걸 보여 주고 싶었다. 이 메시지가 시청자에게 잘 전달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참신함 사라진 '개그콘서트'
반면 탄핵 선고 훨씬 이전부터 정치 풍자에 나선 '개그콘서트'를 향한 시선은 싸늘하다. 시청률은 8% 남짓. 한때 20%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예능 최강자의 위엄을 자랑하던 '개그콘서트'의 초라한 현실이다. 문제는 '개그콘서트'의 근본인 웃음. 날이 선 듯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단순한 나열식 개그다. 이수지가 "여기는 더 이상 민주주의가 아닙니다"라는 최순실의 발언을 따라하거나, 국무총리로 분한 유민상이 대통령 서태훈에게 "백옥 주사? 감초 주사? 어떤 걸로 맞으시겠어요?"라고 묻는 식이다. 이에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참신함이 빠졌으며 식상하다. 기존에 나왔던 방식들을 답습하고 있다. 정치권을 풍자한다고 이야기하지만 그냥 발언하는 것은 풍자는 아니다"면서 "새로운 방식들을 고민해야 할 때다. 정해진 틀 안에서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코미디 속 풍자가 나아갈 길
같은 정치 소재의 풍자라도 시청자의 평가는 냉정히 갈린다. 시청자의 기준이 과거보다 더 엄격해진 셈. 정 평론가는 "과거에는 시사 풍자를 다루기만 해도 주목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 정도' 가지고는 성에 차지 않는다. 패러디 정도로는 '그걸 풍자라고 할 수 있느냐'라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 평론가는 "풍자는 품위도 갖춰야 하고 풍자가 담고 있는 메시지도 제대로 전달돼야 한다. 단순히 최순실 분장만 한다고 시사 풍자는 아니다"며 "다양한 풍자가 가능해진 상황이고, 풍자에 대한 질적 향상 요구가 더욱 커졌다. 새롭고 재미있는, 제대로 된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다면 시청자의 허무감은 더욱 커질 것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