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토일극 '호텔 델루나'가 2주 만에 전작 '아스달 연대기'의 최고 시청률(7.7%)을 넘었다. 지난 20일 방송된 3회에서 8.3%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지난 1월 종영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이후 처음으로 tvN 토일극이 8%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단숨에 방송국의 효자로 등극했다.
방송 관계자들은 "어느 정도 반응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초반 성적은 기대 이상이다"고 입을 모았다. 전작 '아스달 연대기'와 캐스팅·제작비 등 규모만 놓고 따지면 '호텔 델루나'가 한참 모자란다. 그러나 '호텔 델루나'는 '아스달 연대기'가 시청자를 만족시키지 못했던 시각 효과와 생활 밀착형 스토리 등에서 강점을 보이면서 일찌감치 흥행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시청자의 관심이 집중된 1화에서 풍성한 볼거리로 눈길을 사로잡은 게 주효했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VFX(Visual Effect) 작업을 맡아 제55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예술상을 받은 디지털 아이디어가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아무것도 없던 황무지에 '달의 객잔'이 지어지는 화려한 시각 효과, 작은 건물이 화려한 호텔 델루나로 변하는 장면 등을 전혀 어색함 없이 구현했다. 호랑이나 뱀 등 동물의 움직임도 이질감 없이 자연스러웠다. 기대 이하의 CG로 혹평에 시달린 '아스달 연대기'와 비교되며 시청자의 호평을 받았다.
첫 방송 이후 "성별이 바뀐 '도깨비' 같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지은(장만월)이 오랜 세월 늙지 않고 벌을 받고 있다는 점, 여진구(구찬성)가 이지은의 벌을 끝내려 한다는 점 등이 그랬다. 또 귀신이 머무는 호텔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을 전한다는 중심 구조도 '도깨비'를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중심 캐릭터와 대사 톤, 웃음 포인트에 홍자매(홍정은·홍미란) 작가 특유의 색깔을 입혀 차별화를 꾀했다. 또 여름이라는 계절 특수를 노린 호러 코드로 시청자의 취향을 저격했다. 괴팍하고 사치스러운 호텔 사장으로 전작 '나의 아저씨'와 180도 다른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이지은, 이지은의 보호를 받는 연약한 남자 여진구 등 배우들의 트렌디한 연기도 시청자를 매료했다.
드라마의 인기가 OST의 인기로 이어지는 현상도 '도깨비' 이후 오랜만에 나타나고 있다. 21일 발표된 태연의 '그대라는 시'는 주요 음원차트 1위를 석권했다. 이밖에 10cm의 '나의 어깨에 기대어요' 먼데이키즈 '어나더 데이' 등도 음원 차트 상위권에 위치하며 드라마의 화제성을 견인 중이다. 음원 강자로 불리는 헤이즈·펀치 등이 부른 OST도 발매를 기다리고 있어 한동안 '호텔 델루나'가 음원 차트를 뒤흔들 전망이다.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호텔 델루나'는 결국 기담 형식을 취하는 권선징악이다. 권선징악이 낡은 서사이지만 지금 통하는 이유는 대중들이 현재 사회가 부조리하고 답답하게 꼬여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며 "선악에 대해 확실히 구별하고, 또 벌을 내릴 때 선한 방식으로만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통쾌함을 주고 있다"고 '호텔 델루나'의 인기를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