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프는 지난해 12월 총액 최대 170만 달러(연봉 130만 달러, 인센티브 30만 달러, 사이닝보너스 10만 달러)에 계약했다. 삼성 소속 외국인 선수로는 사상 첫 3년 재계약에 성공하며 구단 역사를 새롭게 썼다. 적은 금액은 아니었다. 순수 연봉은 10개 구단 외국인 선수 중 조쉬 린드블럼(두산·170만 달러) 다음으로 높았다. 타자 중에선 1위(2위 SK 로맥·105만 달러)였다.
러프는 2017년 KBO 리그 데뷔 후 2년 연속 '타율 3할, 30홈런, 120타점 이상'을 기록했다. 장타력이 부족한 삼성에서 꾸준하게 중심 타선을 지켜 준 자원이다. 구단이 거액의 연봉을 안긴 배경이다. 그런데 올 시즌에는 전체적인 타격 지표가 떨어졌다. 19일까지 타율 0.300(446타수 134안타) 22홈런, 96타점을 기록 중이다. 장타율(0.605→0.534)과 출루율(0.419→0.405)도 전년 대비 하락했다. 이대로 시즌이 끝나면 삼성 유니폼을 입은 뒤 가장 저조한 성적을 남기게 된다.
김한수 삼성 감독은 러프에 대해 "자기 몫은 했다"고 평가했다. 김 감독은 "(러프 앞에서 찬스를 만들어줘야 하는) 해민이나 자욱이가 많이 나가지 못했다. 그걸 감안해서 봤을 때 자기 몫은 다했다고 생각한다"며 "(타석에) 주자가 있을 때 들어가는 거와 없을 때 들어가는 건 다르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테이블 세터와 3번 타순에 주로 배치되는 박해민과 구자욱의 성적이 크게 악화됐다. 두 선수의 출루율은 각각 0.320과 0.337로 데뷔 후 최악에 가깝다. 4번 타자 러프 앞에 주자가 쌓이지 않으니 타점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게 김한수 감독의 설명이다.
러프의 재계약은 유동적이다. 삼성은 올 시즌 뒤 김한수 감독의 계약이 만료돼 새 사령탑이 들어설 게 확실시된다. 어떤 새 감독이 오느냐에 따라 외국인 타자 구성이 달라질 수 있다. 외야수를 원하면 1루 수비만 가능한 러프의 입지가 애매해진다. 반대의 시선도 있다. 아무리 타격 성적이 떨어졌다고 해도 3할 언저리 타율에 100타점을 올릴 만한 외국인 자원을 찾기 쉽지 않다. 러프는 이미 국내 경험을 3년이나 해 KBO 리그 적응을 마친 상태. 첫 영입 시 80만 달러 안팎의 이적료를 지급하고 데려와 초기 비용이 꽤 비쌌다. 교체는 결단이 필요하다.
가을 야구가 좌절된 삼성. 러프의 성적 변화와 재계약 여부는 오프 시즌을 달굴 포인트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