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죄를 짓지 않고도 미안해 하며 사는 사람들이 있다. KIA에서는 양현종(26)이 그렇다.
양현종은 이번 시즌 후 구단과 협의에 따라 해외진출이 가능하다. 그는 후반기부터 구단을 찾아 "더 큰 무대에서 뛰고 싶다"는 바람을 전해왔다. 구단 역시 오랜 숙고 끝에 여건이 맞을 경우 선수의 바람을 들어주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유종의 미'를 거뒀다. 양현종은 지난 21일 '제 1회 최동원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사단법인 최동원 기념사업회는 "최동원상선정위원회가 회의를 열고, 6가지 선정기준 중 3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KIA 양현종을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최동원상은 미국의 사이영상, 일본의 사와무라상과 같이 한국 최고 투수를 선정하기 위해 마련됐다. '무쇠팔' 최동원처럼 긴 이닝과 많은 승수를 올린 점이 높게 평가 됐다. 양현종은 이번시즌 16승8패, 평균자책점 4.25를 기록했다. 총 29차례 마운드에 올라 17차례의 퀄리티스타트(QS·6이닝 3실점 이하)를 달성했다. 16승은 2010시즌 개인 최다승 타이에 해당한다. 비록 무쇠팔 부문의 기준인 30경기, 180이닝 이상에는 조금 미치지 못했으나 넥센 밴헤켄을 제외하고 국내 투수 중 다승 1위에 오르며 빛을 발했다. 어우홍 최동원상 선정 위원장은 "올해 한국 투수들이 부진해 아쉽다. 제 2,3의 최동원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제 더 큰 세상을 향한 도전이 남았다. KIA의 시즌 최종전이 열린 지난 17일 광주-챔피언스필드에는 그를 보기위한 일본과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찾았다. KIA 관계자는 "일본 최고의 구단 요미우리와 시카고컵스, 보스턴, 텍사스 등 4개 구단 관계자가 양현종의 피칭을 보기 위해 왔다"고 설명했다. 양현종은 이날 6⅓이닝을 4안타(4볼넷) 8삼진 3실점으로 막았다. 비록 불펜진이 실점을 하며 개인 최다승에 실패했으나 박수를 받아도 될만한 성적이었다. 그러나 양현종은 "아직 한참 부족하다. 그저 죄송하다"며 말을 아겼다. 그는 "이번시즌은 정말 죄송한 일만 있었다. 개인 성적을 떠나서 큰 사랑을 주셨는데 팀이 4강행에 실패했다. 이렇게 해외 무대를 도전하게 돼 미안할 따름이다. 구단의 배려에도 감사하다"고 했다. 굴지의 스카우트들의 관심을 받고 큰 상을 받아도 그는 만족할 수 없는 듯했다.
해외 진출에 대한 생각도 조심스럽게 밝혔다. 그는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바가 없다. 가족들도 해외 행을 반신반의 하고 있다. 에이전트나, 접촉도 이뤄진 바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잘 던지기 위한 계획은 세웠다. 양현종은 "(선동열 감독님께서) 후반기 체력 저하를 걱정하셨는데, 훈련과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보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