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에이스 김광현(30)은 지난 15일 잠실 두산전에서 아시안게임 브레이크 전 마지막 등판을 마쳤다. 5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고, 타선 지원도 든든하게 받아 승리투수가 됐다. 동시에 올 시즌 100이닝 투구를 돌파했다. 19경기에서 102⅔이닝을 던져 9승5패 평균자책점 2.72. 현재까지 남긴 성적이다.
지난해 1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고 복귀한 첫 시즌이다. '건강'을 입증했다. 최고 시속 152㎞ 직구를 연이어 뿌려도 지치지 않는다. 구단의 노력도 뒷받침됐다. 김광현은 올 시즌 두 차례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부상이나 부진 탓이 아닌 '선수 관리' 차원에서다. 지난달 중순 일본 요코하마 미나미 공제병원으로 건너가 진료도 받고 왔다. 이 역시 팔꿈치에 이상이 생겨서가 아니다. 관리와 예방이 목적이었다.
SK가 애지중지하게 아끼는 에이스다. 염경엽 SK 단장과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개막 전부터 "김광현의 올 시즌 투구 이닝을 120이닝으로 제한하겠다"고 선언했다. 부상 경력을 고려해 최대한 팔을 아끼되, 최적기에 김광현을 내보내기 위해 신중하게 등판 간격과 투구 수를 조율했다.
올 시즌 김광현이 6이닝 이상 던진 경기는 19차례 등판 가운데 8회뿐이다. 그 여덟 번 모두 퀄리티스타트로 이어져 최고의 효율을 자랑했다. 5이닝만 던지고 내려온 경기가 가장 많지만, 한계 투구 수에 도달하기 전에 한 템포 빨리 투수를 교체했다. '에이스 보호 프로젝트'는 시즌 내내 계획대로 잘 가동됐다. 김광현도 좋은 성적으로 팀의 기대와 배려에 보답했다.
계획대로라면, 올 시즌 김광현에게 주어진 잔여 이닝 수는 17⅓이닝이다. 5~6이닝 투구를 기준으로 3경기 정도 소화할 수 있다. 문제는 SK가 치열한 2위 경쟁을 이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 투수 앙헬 산체스가 부진하고 국내 선발들의 페이스도 들쑥날쑥한 상황이라 아시안게임 브레이크가 끝난 9월 김광현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 김광현은 "내 한계를 120이닝으로 규정하고 싶지 않다. 팀에 필요하다면 더 던질 수 있다"고 의욕을 보이고 있다.
SK는 여전히 "김광현을 무리시키지 않겠다"는 기조다. 다만 시즌 막바지 찾아온 18일간의 브레이크는 김광현에게 자연스럽게 휴식을 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힐만 감독은 아시안게임 이후 '김광현 활용법'을 묻는 질문에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아시안게임 브레이크가 김광현에게 좋은 휴식기"라고만 답했다. 순위 싸움 총력전과 선수 보호 사이 어딘가에 '9월 김광현'의 해답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