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우규민은 지난 22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준PO) 2차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무실점을 기록하고 포스트시즌 첫 승리를 얻었다. 5회까지 NC 타선을 꽁꽁 묶은 우규민은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선두 타자 손시헌을 맞아 제구가 흔들리며 볼넷을 허용했다. 이어 대타 조영훈에게 우중간에 떨어지는 안타를 내줘 무사 1·2루 위기를 맞았다. 양상문 LG 감독은 곧바로 투수 교체를 지시했다. 신재웅이 구원 등판해 실점없이 우규민의 승리 요건을 지켜줬다. 잘던지던 우규민은 왜 흔들렸을까.
우규민은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준PO 3차전을 앞두고 "유독 손시헌 형만 만나면 제구가 흔들린다. 이유는 모르겠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뒤 "프로야구에 딱 두 명이 있다. 손시헌 형과 김상수다. 둘이 타석에 서 있으면 이상하게 스트라이크를 던질 곳이 보이지 않는다. 그냥 가만히 서 있을 뿐인데, 스스로 위축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나마 올해 김상수는 트라우마를 많이 극복했다. (김)상수가 먼저 공을 건들여서 죽어주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여전히 (손)시헌이 형은 어렵다"고 덧붙였다.
우규민에 따르면 투수는 누구나 특정 타자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고 한다. 극복해내면 문제될 것이 없지만, 우규민의 사례처럼 떨쳐내지 못하면 스스로 무너지게 된다. NC 더그아웃은 우규민의 제구가 흔들리는 걸 확인하고, 그에게 통산 전적이 강한 조영훈을 대타로 투입했다. 그리고 우중간 안타를 얻으며 작전을 성공시켰다. 우규민은 "조영훈 선배가 나올 줄 예상했다. 나한테 잘 쳤다. 파울 홈런이 나오고 나서 변화구를 한 차례 더 했어야 했는데, 직구 승부를 하다 안타를 맞았다. 순간 '큰일났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LG 더그아웃은 우규민이 흔들리자 곧바로 불펜진을 가동했다. 우규민은 투구 수 67개를 기록하고 물러났다. 그는 "67개 가운데 60개 정도를 전력으로 던진 것 같다. 평소라면 30~40개 정도를 전력으로 던졌을 것이다. 아무래도 중요한 경기이다보니 전력 투구를 했다"고 했다. 이어 "감독님께서 내 컨디션을 바로 파악하시고 교체를 지시하신 것 같다. 나도 교체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투수 출신이시다보니 선수들의 컨디션 파악이 빠르신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