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 더 큰 보약이 될까. 남자프로농구(KBL)는 이제 막 올스타 브레이크에 접어들었고, 여자프로농구(WKBL)는 막 끝이 났다.
올스타전을 기점으로 남녀 프로농구의 신인왕 경쟁이 본격적인 '2라운드'에 돌입할 예정이다. 남녀 프로농구 모두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신인왕 후보가 눈에 그려질 듯 뚜렷한 양상이었다. 그러나 강력한 경쟁자가 부상하면서 판도를 점치기 어려워졌다. 여기에 막판 레이스를 치르면서 또 어떤 '진주'가 등장할지도 아직 모를 일이다.
올스타전 전까지 두각을 나타냈던 선수들이 있는가 하면, 올스타전 이후 새로 도전장을 내미는 선수들이 있다. 더 재밌어질 신인왕 레이스를 '올스타 브레이크'에 맞춰 짚어 본다.
◇ 남자 농구, 올스타전은 '어필 타임'?
KBL의 경우 올 시즌 신인왕 레이스는 전체 2순위로 서울 SK 유니폼을 입은 최준용(23)의 독주 분위기였다.
특히 최준용은 문경은(46) 감독의 두터운 신뢰 속에 출전 기회를 보장받으며 난다 긴다 하는 선배들과 실력을 다퉜다. 주전 경쟁에서 자기 자리를 찾았고 팬들에게 존재감도 확실히 심어 줬다. 반면 1순위 이종현(23·모비스)은 오른쪽 발등 피로골절 부상으로 인해 아직 데뷔전도 치르지 못한 상태고, 3순위 강상재(23·전자랜드)는 최준용에 비해 상대적으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러나 올스타전이 끝남과 동시에 최준용의 독주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일단 이종현이 돌아온다. 모비스 합류 이후 재활에 전념하느라 경기에 뛰지 못했던 이종현은 2군에서 훈련을 소화하며 몸을 만들었다. 아직 100% 완벽한 상태는 아니지만 지난 11일부터 안양 KGC 인삼공사전에서 선수단과 동행하는 등 1군 데뷔를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모비스 측은 아무리 늦어도 1월 말 정도에는 이종현이 데뷔전을 치르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로썬 오는 25일 서울 삼성전이 유력하다.
그동안 최준용에게 밀려 잠잠했던 강상재도 살아나는 중이다. 초반 프로 무대에 적응하느라 고전하는 듯 보였던 강상재는 3라운드부터 물오른 활약을 펼치며 신인왕 후보로서 존재감을 떨치기 시작했다. 3라운드 들어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는 경기도 늘어났고, 지난 15일 창원 LG와 경기서는 14득점(3점슛 3개 포함) 9리바운드로 더블-더블급 활약을 펼쳤다. 득점 수치는 물론 팀 공헌도도 쑥쑥 올라갔다.
이런 활약 뒤에는 강상재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8~9kg 정도 체중을 감량하고,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을 만들었다. 또 대학 시절과는 판이하게 다른 KBL의 패턴을 외우고 적응하는 데 공을 들였다.
강상재는 "아직 내가 (최)준용이보다 신인왕 경쟁서 앞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유재학 감독이 보는 시선은 다르다. 유 감독은 "지금도 (강)상재가 준용이에게 뒤처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제자의 신인왕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점쳤다.
대학 농구 '빅3'로 불렸던 이들이 가장 유력한 신인왕 후보인 건 분명하다. 이 중 최준용과 강상재는 주니어 올스타로 올스타전에 나서 선배들과 겨뤄 볼 기회도 얻었다. 이들 외에도 '깜짝 신인왕'을 노리는 선수들이 있지만, 현재까지는 아직 데뷔하지 않은 이종현을 포함해 이들이 경쟁에서 한발 앞서 있다고 봐도 될 듯하다.
◇ 여자 농구, 올스타 브레이크는 끝났다
남자 프로농구에 '빅3'가 있다면 여자 프로농구에는 '10년을 책임질 보물'과 '지염둥이'가 있다.
올 시즌 WKBL에서 화제를 몰고 다니는 두 선수는 박지수(KB 스타즈)와 김지영(이상 19·KEB하나은행)이다. 1998년생 동갑내기인 박지수와 김지영은 올 시즌 가장 강력한 신인왕 후보다.
지난해 6월 있었던 2016 리우 올림픽 여자농구 최종예선에서 인상깊은 활약을 펼쳤던 박지수는 신입선수 선발회 때부터 화제의 중심이었다. 프로에서도 데뷔만 하면 신인왕은 떼놓은 당상일 것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박지수는 18세 이하(U-18) 아시아 청소년 선수권대회에 출전했다가 부상당하면서 데뷔가 늦어졌다. 그가 처음으로 프로 무대에 나선 건 지난해 12월 17일로, 데뷔전에서 4득점 10리바운드를 올려 합격점을 받았다. 비록 팀이 부진한 상태라 빛이 바래긴 했지만 데뷔 이후 8경기서 평균 25분53초를 뛰며 7.3점·8.9리바운드·2.5블록에 어시스트도 1.9개를 기록 중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26일 용인 삼성생명과 경기서는 12득점 13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올리는 등 이름값에 걸맞은 활약을 펼쳐 주목받았다.
그런데 WKBL의 신인왕 레이스는 박지수의 독주로 흘러가지 않을 분위기다. 대항마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충실한 기본기에 귀여운 외모까지 갖춘 김지영이다. '지염둥이(지영+귀염둥이)'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시즌 초반 국가대표 가드 이경은(30·KDB생명) 앞에서 '유로스텝'과 '더블클러치'로 대담한 득점을 뽑아낸 장면이 화제가 돼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실력 면에서도 활약이 준수하다. 올 시즌 기록은 22경기 평균 23분48초 출전에 6.4점·1.3리바운드·2.0어시스트지만 정확하고 날카로운 패스, 대담한 돌파 등 좋은 플레이가 많다.
올스타전에서는 'W스페셜' 무대를 함께 꾸미기도 한 두 사람이지만, 올스타 브레이크가 끝난 18일부터는 다시 신인왕 경쟁에 돌입한다.
생애 단 한 번만 받을 수 있는 신인왕 타이틀을 건 두 소녀의 '왕좌 게임'도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