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17일 오전 "제6대 단장으로 넥센 감독이었던 염경엽과 계약했다"고 밝혔다. SK는 지난해 12월 26일 민경삼 단장이 자진 사퇴한 후 자리가 공석이었다.
내부 승진 가능성은 낮았다. 구단 내부에선 '야구단이 아닌 본사 쪽에서 단장이 내려올 것 같다'는 기류가 흘렀다. 민 전 단장과 다른 스타일의 단장이 유력했다. 민 단장은 '운영팀장→경영지원팀장→운영본부장' 등 구단 요직을 거친 뒤 2010시즌부터 단장으로 7년간 팀을 이끈 내부 인사였다.
SK는 예상대로 '외부' 인사를 택했다. 하지만 후보군에 꼽히지 않았던 염경엽 전 넥센 감독을 신임 단장으로 선임했다. 구단 관계자는 한 목소리로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유는 있다. 인사가 극비리에 진행됐다. 류준열 SK 와이번스 사장이 전권을 쥐고 움직였다. 각 부서 팀장급과도 내용을 공유하지 않았다. '전문가적인 야구 식견을 갖고 있는 인물'이라는 단장 조건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 염경엽이라는 결론을 내린 후 한 우물만 팠다.
류 사장은 12월 중순 서울 모처에서 염 신임 단장을 만나 단장직을 제안했다. 하지만 부담을 느낀 염 단장이 고사 의사를 내비쳐 첫 만남은 빈손으로 끝났다. 염 단장은 2016시즌 중 'SK 차기 감독설'에 휘말리며 한 차례 홍역을 치른 경험이 있다. '시즌이 끝나면 넥센을 떠나 SK로 팀을 옮긴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넥센과의 계약 기간이 1년 남은 상황에서 이런 소문이 나와 난처한 상황이 됐다. 그는 LG와 준플레이오프에서 패한 후 자진해 넥센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SK는 김용희 감독의 후임으로 외국인 트레이 힐만 감독을 선임하면서 소문 진화에 나섰다. 이 스토리 때문에 염 단장은 쉽게 류 사장의 제안을 수락하지 못했다. 하지만 류 사장은 거듭 염 단장을 설득했다.
마지막 승부수는 미국에서 던졌다.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 초청 코치로 예정됐던 염 단장은 미국에서 거주할 집을 구하기 위해 1월 둘째 주 출국했다. 소식을 접한 류 사장은 1월 11일 미국 애리조나로 건너가 현지에서 다시 한 번 염 단장을 만났다. 책임과 권한을 주기 위해 계약 기간 3년을 보장했다. 그리고 어렵게 'OK 사인'을 받아 냈다. 염 단장은 "적극적으로 제안해 주셨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1월 13일 귀국한 류 사장은 구단 관계자에게 함구했다. 17일 오전까지 구단 홍보팀을 비롯한 주요 관계자들이 염 단장 영입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언론사 보도가 나온 후에야 내용을 확인했다. 그만큼 이번 인사는 극비리에 진행됐다.
구단 관계자는 "지금까지 구축해 온 SK만의 육성 시스템을 완성하고 이를 현장에 적용, 실행할 수 있는 육성에 대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방침을 정했다"며 "트레이 힐만 신임 감독이 한국 프로야구에 연착륙하기 위해선 신임 단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만큼 한국 프로야구에 대한 다양한 경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해 염 단장을 영입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