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정규 리그 마지막 라운드에 흥미로운 변화가 생겼다. 맥없이 끝날 것 같았던 리그에 '사령탑 복귀'라는 흥미진진한 사건이 연달아, 그것도 리그 최고의 라이벌 구단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바로 최용수(45) 감독의 FC 서울 복귀 그리고 서정원(48) 감독의 수원 삼성 복귀다. K리그를 대표하는 더비 '슈퍼매치'의 주인공인 두 팀이 시즌 종료를 앞두고 전임 지도자를 연이어 복귀시킨 것은 퍽 이례적인 일이다.
사실 최 감독의 서울 복귀는 많은 이가 예상한 대로다. 올 시즌 서울은 '역대급 위기'를 맞았다. 황선홍(50) 전 감독이 자진 사퇴한 뒤 이을용(43) 전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잡았으나 결과가 좋지 못했다. 부진을 거듭하던 서울은 사상 첫 하위 스플릿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처했다. 우승을 다투는 상위 스플릿이 아니라 강등을 피해야 하는 하위 스플릿에 떨어진 현실은 냉혹했다. 결국 서울은 최 감독을 다시 불러들이기로 결정했다. 최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시절, 2012시즌 K리그 우승과 2013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준우승 그리고 2015시즌 FA컵 우승을 차지했던 기억 덕분이다.
돌아온 최 감독은 '서울 살리기'가 급선무다. 최근 9경기 무승(3무6패)으로 최악의 시기를 보내는 서울에 승점을 공급해야 한다. 서울로선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을 만한 '강등'을 겪지 않기 위해 정규 리그 최종전을 포함해 남은 스플릿 라운드 5경기서 최대한 많은 승점을 쓸어 담아야 한다.
'독수리' 최 감독의 복귀 소식이 전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한 번 파격적인 복귀가 이루어졌다. 지난 8월 28일 팀 성적과 개인 사정을 이유로 사퇴한 서 감독이 15일 수원에 복귀한 것. 결과적으로 서 감독이 수원을 떠나 있었던 것은 채 두 달도 되지 않는 셈이다. 서 감독 역시 부진한 팀을 구하기 위해 돌아왔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수원은 리그 5위(12승10무10패·승점 46)에 올라 있고 FA컵과 ACL에서 각각 4강전에 올라 있지만, 경기력 면에서 썩 좋은 모습을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 우승컵을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하는 시점에서 서 감독의 지도력이 간절했던 수원이 그를 붙잡았고, 서 감독은 '마무리'를 위해 팀에 복귀했다.
이처럼 닮은 듯 다른 두 감독이 20일 정규 리그 마지막 경기서 나란히 모습을 드러낸다. 최 감독은 제주 유나이티드와 원정경기서 복귀전을 치르고, 이보다 앞서 17일 FA컵에서 복귀한 서 감독은 안방인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포항 스틸러스를 상대한다. 특히 서울-제주 경기는 상위 스플릿 마지막 티켓을 건 제주와 강원 FC의 싸움까지 얽혀 있어 더욱 흥미진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