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8일 개막하는 동남아축구선수권대회 스즈키컵이다. 이 대회는 A대표팀이 출전하는 대회로, 동남아에서 가장 중요한 대회로 꼽힌다. 동남아를 대표하는 강호 태국이 최근 두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하는 등 총 5회로 최다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베트남은 2008년에 이룬 우승 한 번이 고작이다. 스즈키컵 역사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그런데 베트남의 많은 축구팬들은 '우승'을 기대하고 있다. 10년 만에 우승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무언의 강요'다. 이는 베트남의 지휘봉을 박 감독이 잡고 있기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박 감독이 지휘한 베트남 U-23 대표팀은 지난 1월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기록했다. 8월에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4강에 올라섰다. 두 대회 모두 베트남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성적이다. 이로 인해 박 감독은 베트남의 '국민 영웅'으로 등극했다. '박항서 신화'로 베트남 축구는 역사상 가장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 같은 흐름과 성과가 스즈키컵에서도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에서 나오는 베트남 국민의 기대감이다. 베트남의 국민 영웅이 베트남 국민의 기대치와 싸우고 있는 것이다.
스즈키컵의 본격 준비를 위해 베트남 대표팀은 지난 17일 한국으로 입국했다. 오는 30일까지 파주 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파주 NFC)에서 훈련한다. 박 감독은 18일 이곳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우승이 아니면 안 되는 대회'에 나서는 진심을 밝혔다.
그는 "'우승이 아니면 안 된다'라는 말은 베트남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스트레스를 받는다. 코치들이 편하게 하라는데 그게 잘 안 된다"고 털어놨다.
이어 박 감독은 "물론 다른 어떤 대회, 리그를 치러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하지만 지금 베트남은 대표팀에 대한 기대치가 상당히 높다. 이전 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기 때문에 스즈키컵의 관심과 기대감이 높다"며 "베트남 국민들의 기대치에 부응해야 한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부담감을 극복하기 위해 박 감독은 자신과 싸운다. 그리고 혼자 고민하지 않고 더 많은 의견을 들으며 시선을 넓히려고 노력한다.
박 감독은 "내 경험상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악수를 두는 경우가 많다. 최종 결정은 내가 내리지만 이런 상황에선 코치들의 의견을 많이 듣고 참고한다"며 "스스로 여유를 가지려 한다. '한 번 해보자'라고 나 자신과 싸운다. 감독의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재미있게 도전해 보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