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롯데는 좌익수 자리에 무려 14명의 선수들을 번갈아 투입했지만 누구도 주전 자리를 꿰차지 못했다. 별다른 영입이 없는 내년 시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변화를 시도하려는 롯데에게 내년 시즌 남은 외야 한 자리는 적당한 선수 '끼워맞추기'에 그쳐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냉정하게 평가해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롯데의 전력 보강은 미비했다. 특히 야수진은 베테랑 외야수 임재철과 새 외국인 타자 짐 아두치 영입이 유이하다. 임재철은 팀의 리더 역할을 해줄 수는 있지만 주전으로 풀타임을 치르긴 힘들다는 평가고, 아두치 역시 히메네스보다는 기대치가 크지만 시즌 시작 전에 섣부른 판단은 무의미하다.
결국 주전 라인업에 큰 변화가 없다는 얘기가 된다. 전준우의 군입대로 생긴 중견수 자리에 아두치가 들어가게 되는 정도가 예측할 수 있는 변화다. 특히 여전히 좌익수 자리는 올 시즌과 마찬가지로 '무주공산'이다. 개막과 함께 김문호와 이승화가 기회를 얻었지만 자리를 지키지 못했고, 다른 선수들 역시 확실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결국 내년 시즌 좌익수에 위치할 선수가 발전한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 롯데의 공격력은 '올 시즌과 다를 것이 없다'는 의미다.
좌익수 선택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전력 상승을 위해서만은 아니다. 구단이 정한 육성 우선 정책과, 이종운 롯데 신임 감독이 공헌한 기동력 야구의 실현을 위해 변화를 줄 수 있는 유일한 자리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윤원 롯데 단장은 "향후에도 외부 영입보다 내부 육성 시스템을 체계화에 주력해 전력 이탈이 생기면 자체적으로 막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전해왔다. 그러나 실전 경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장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1군과 2군 무대는 차이가 크다. 선수들간에 큰 차이가 없다면, 남은 외야 한 자리에 새로운 얼굴의 과감하고 꾸준한 기용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이번 시즌 좌익수로 나선 선수 중 김주현, 백민기, 조홍석 등은 채 10경기도 나서지 못했다. 물론 옥석을 가리고, 기회를 주는 역할을 물론 벤치의 몫이지만, 14명을 '돌려막기'하고도 적임자를 찾지 못한 부분은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종운 감독이 강조하는 기동력 강화를 위해 '맞춤형' 자원의 투입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적은 팀 도루(63개)를 기록한 롯데가 갑자기 '발야구'를 구현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단지 도루가 아닌 작전 구사로 만회하려해도 기본적으로는 주루 센스가 능한 선수가 필요하다. '남은 한 자리'에서 그런 역할을 해줄 필요가 있다. 김민하는 올 시즌 1군에선 도루 3개에 그쳤지만 2군에선 33경기에서 14개를 기록했다. 그 외에도 잠재력을 드러내지 않은 선수들이 있을 수 있다.
삼성의 경우 지난해 1군에서 단 한 경기 출장에 불과한 박해민에게 기회를 주고, 키워내 결국 신인왕 후보로 만들었다. 팜시스템과, 개인의 역량 차이로 볼 수 있겠지만 선수의 선택과 과정을 본보기로 삼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결과에 따라 팀에 큰 활력을 불어 줄 수 도 있다. 롯데가 변화의 바람을 타고 신중하고 과감한 기용을 할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