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11년 만에 가을 야구를 하는데, 홈구장 한화생명이글스파크 좌석은 1만2000석을 조금 넘는다. 오랜 시간을 기다려온 팬들은 감격적인 장면을 직접 보기 위해 지갑을 열 준비가 돼 있다. 준플레이오프(준PO) 1·2·5차전 예매가 시작된 지난 17일, 포스트시즌 입장권 단독 판매사인 인터파크 홈페이지에는 무려 26만 명이 몰렸다는 후문이다. 세 경기 입장권 모두 20분을 채 넘기지 않고 모두 팔려 나간 것은 물론이다.
이 틈을 타 암표상도 극성이다. 예매표가 동나자마자 일부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막 팔린 준PO 티켓들이 줄줄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정가의 2배, 3배는 물론이고 10배 가까이 프리미엄을 붙여 암표를 내놓는 이들도 나타났을 정도다. '육성 응원'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응원단 쪽 좌석엔 더 많은 폭리가 붙는다. 온라인 차액 거래를 규제할 수 있는 관련 법규가 아직 마련되지 않아 이들을 제재할 방법도 없다.
문제는 '수익'을 얻기 위해 표를 사는 사람들 탓에 진짜 야구를 보고 싶은 열성팬들이 피해를 본다는 점이다. 한 야구 관계자는 "요즘엔 전문 암표상들뿐 아니라 개인 구매자들도 이른바 '용돈 벌이'를 위해 티켓 예매 전쟁에 뛰어든다"며 "이들은 인터넷으로 티켓을 구매하는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일반 팬들보다 훨씬 더 성공 확률이 높다"고 한탄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없을까. KBO 실무 관계자는 "결국 소비자가 시장을 정화시킬 수 있다. 불법 티켓을 사지 않고 경기 시작 5시간 전까지 기다린다면 충분히 기회가 올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인터파크에서 예매한 티켓은 경기 시작 5시간 전까지만 구매 취소가 가능하다. 따라서 재판매 목적으로 티켓을 구입한 사람이 이 시간까지 표를 팔지 못하면, 예매 자체를 취소하는 수밖에 없다. 이 시간을 전후로 예매 취소표가 쏟아지는 이유다.
또 예매 취소는 5시간 전까지 할 수 있지만, 예매 자체는 경기 4시간 전까지 가능하다. 취소표가 많아지는 경기 시작 5시간 전부터 예매가 마감되는 4시간 전까지의 1시간이 팬들에게는 또 다른 '골든 타임'이다. 19일 오후 6시 30분 시작되는 준PO 1차전의 경우엔 이날 오후 1시 30분부터 2시 30분 사이에 취소표를 구매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는 셈이다.
만약 이 시간까지 티켓을 사지 못하거나 급한 일이 생겨 경기장에 가지 못하게 됐다면, 인터넷 중고 거래 사이트보다 KBO 리세일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하는 편이 낫다. 이 앱은 KBO 관련 티켓의 불공정 거래, 온·오프라인에서의 비정상적 재판매와 이 과정을 통한 암표상의 폭리, 인터넷 사기 거래, 위조 티켓 등을 차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인터파크를 통해 유효성이 검증된 티켓만 거래할 수 있어서 안전성이 확보된다.
리세일 앱은 기본적으로 티켓 구매 가격의 20~100% 범위 안에서만 재판매를 할 수 있다. 티켓 가격이 1만원이라면 판매 가격을 2000원에서 1만원 사이로 책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관람 목적으로 티켓을 구입했다가 급한 사정이 생긴 팬들은 허공에 티켓값을 날리지 않아도 되고, 반대로 아쉽게 예매 기회를 놓친 팬들은 정가 이하의 가격에 원하는 티켓을 손에 쥘 수 있다.
이 관계자는 "리세일 앱에서의 티켓 판매과 구입은 경기 시작 1시간 후까지 계속되기 때문에 급하게 표를 구하거나 팔아야 야구팬들이 가장 합리적으로 거래를 할 수 있는 루트"라며 "KBO도 매크로 방지를 위한 캡처 시스템을 도입하고 개인 보안이 필요한 카드 결제만 허용하는 등 1차로 조직적인 암표상 방지에 애쓰고 있지만, 암표를 근절하는 데는 소비자들의 올바른 선택도 무척 중요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응원하는 팀의 가을 야구 '직관'은 무척 값진 기회다. 그렇다고 그 열정을 이용해 폭리를 취하려는 불법 암표상들의 배를 불려줄 필요는 없다. 손쉽게 티켓을 얻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고 인내한다면, '정상적인' 가격에 표를 구할 수 있는 더 많은 길이 열린다.